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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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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곁에 서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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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자꾸 화가 나는 걸까?” 작은 글씨로 쓰인 ‘봄’의 대사에 “풉”하고 웃음이 났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는 내가 제법 괜찮은 인간인 줄 알았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된 뒤로는 종종 화가 난 자신과 마주한다. 이 화는 뭉근히 달아오르는 게 아니라, 화산이 터지듯 울컥 솟아오르는 화다. 엄마인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과로다. 잠은 모자라고 할 일은 많고 기력은 달린다. 다른 하나는 짜증 나게 하는 일이 많아서다. 두 가지는 서로 엮여있다. 엄마의 과로도, 엄마를 짜증 나게 하는 일들의 대부분도, 사회가 육아의 기본값을 여성의 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무엇이 엄마를 ‘짜증나게 하는지’ 알고 싶으면 《봄이와》를 보시면 된다) 그간 육아를 주제로 한 생활툰, 일상툰, 혹은 에세이툰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만화들은 부모됨의 의미, 부모와 자녀의 관계성에 대한 성찰을 주로 다루었다. 《봄이와》는 육아가 ‘노동’이라는 측면에 주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육아는 돌봄노동이고, 이 돌봄노동은 한 가족과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재생산 노동이다. 그러나 이 노동의 사회적 의미는 철저히 지워지고, 사회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는, 그러므로 ‘무급’이 당연한 하찮은 일로 인식된다. 이 노동의 가치는 여성을 이 노동에 붙들어두기 위해서일 때만 사회적으로 ‘찬사’받는다. 그러니까 엄마가 화나는 건 단지 일이 많고 힘들어서만이 아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하고, 수시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 때문이다. 《봄이와 3 - 독박말고 독립》은 육아가 어떤 노동으로 이루어져있는지, 그 노동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적 시선으로 관찰한다. 그 시선이 육아라는 노동뿐만 아니라 삶 전반으로 확장되는 것은 작가가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므로 가능한 성취다. 이 성취는 작가와 비슷한 삶을 공유하는 ‘워킹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단지 ‘생물학적’ 부모의 이슈만이 아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구성되는 방식에 우리 사회의 다양한 억압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무엇보다 어린이를 어떻게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 대할 것인가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만 작가가 수행해야 하는 과업의 종류와 무게를 생각하면 《봄이와》가 회를 거듭하면서 자기 반복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설정해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고통과 곤경이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쉽지만,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또 뭉클해지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봄이와》는 재밌다. 일단 첫 장을 넘기고 읽어나가다보면 어느 틈에 마지막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2.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후회와 자책에 사로잡힌다. 미안한 일들과 더 이상 해주지 못하게 된 좋은 일들만 떠오른다. 나만 살아 있는 게 염치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을 모른 척할 수 없게 마음 다해 사랑했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의 관계가 자식과 부모일 때, 후회와 자책의 서사는 ‘더 잘 해줄 걸’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평등하게 만나기보다 돌봄을 주고 기대에 부응하는 관계로 뿌리 깊게 자리매김해 있기 때문이다. ‘한빛 엄마’ 김혜영도 엄마의 자리에서 출발해 지난 시간 속의 한빛을 다시 만나러 간다. 만남은 부모-자식에 대한 확고한 이야기를 새로 쓰며, 점차 한 사람과 한 사람의 만남으로 확장된다. 김혜영이 자꾸만 이한빛의 자리에 서보려 애쓰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한빛뿐 아니라, 내가 모르던 한빛을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혜영은 매일 한빛을 새롭게 발견한다. 한빛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난다. 멈춰 있지 않고 흐르고 바뀌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다. 김혜영은 이한빛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삶을 선물하고 있다. 때로 선물은 주는 사람에게도 큰 선물이 된다. 김혜영은 이한빛이 보았던 세상으로 조금씩 나가며, 한빛과 함께 다짐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하는 길을 새기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누구보다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이다. 지옥을 품은 세계에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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