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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재무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8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부여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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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고독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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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경숙 시인의 시집에 부쳐 임경숙 시인의 새 시집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횡격막으로 둔중한 통증이 몰려왔다. 낮고 어두운 음역의 아프고, 슬프고, 높고, 외로운 내용의 시편들에 감염되어 한동안 잊고 살았던 우울증이 다시 도졌다. 임경숙 시인의 시는 일찍이 김수영 시인이 일갈한 바 있는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으로서의 시다. 즉, 오체투지로 생을 통과해 온 자가 날카롭게 벼린 언어로 쓴, 혈흔이 밴 시인 것이다. 이번 시집의 키워드인 ‘가시’는 시인의 ‘언어’를 뜻한다. “행복한 순간은 짧고/ 고통스러운 시간은” 긴 날들을 살아온 시적 주체가 “세파의 억센 바람” 속에서 키워 온 언어의 가시는 자기 현존의 증명을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불의한 세상에서 나날을 어렵게 연명해 온, 서럽고 궁핍한 이들의 보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임경숙 시인의 이번 작업을 나는 심연을 본 자가 “진개塵芥와 분뇨를 꽃으로 바꾼”(김수영) 것이라 명하고 싶다.
2.
주지하다시피 시에서의 소재는 단순히 작품 속에 의미 없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시적 상상력과 결부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황금모 시인의 시편들은 소재와 상상력의 결속이 단단하여 시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황금모 시인의 시편들에서 보여 주고 있는 시적 주체와 자연 사물들과의 상응은 보들레르가 말한 ‘상응’의 시학이 아니다. 절대 세계, 피안, 무한, 불가시의 영역에 있을 법한 비전 같은 것을 꿈꾸는 이상주의적 탐구의 태도라기보다는 구체적 생명 현상에서 조용히 자신을 응시하여 삶의 예지를 발견하는 ‘대화의 시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에 의하면 지각 작용을 지연시키는 표현을 ‘낯설게 하기’라고 하는데, 이때 지연이 지나치면 소통의 장애를 불러일으키고, 아예 지연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설명이 되거나 상투화로 빠지게 된다. 황금모 시인의 시편들은 맞춤하게 지각 작용을 적당히 지연시키는 시적 표현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어 시가 생경하게 낯설거나, 고루하게 상투적이지 않다. “이슬과 별빛으로 빚은 시” “오롯이 속을” 비워 낸 “맑은 소리”의 시편들 그리고 “천천히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것”을 꿈꾸는 시인의 사랑과 성찰 시편들을 통해 모난 세상살이에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면에서 나는 그의 시편들을 ‘위로의 시학’이라 부르고 싶다.
3.
시인의 이번 시집 속에서 내가 특별히 주목한 시편들은 유년의 서사를 담은 것들이었다. 60, 70년대의 어둡고 쓸쓸한 생활의 세목(흑석동 연작 시편들)을 세필화로 그려 내고 있는 작품들은 소재들이 주는 인상과 달리 결코 칙칙하거나 어둡지가 않다. 그것은 시인이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대상과 세계에 대해 일정한 미적 거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또한,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들을 유화의 방식으로 진술하고 있는 시인의 작법이 가져다준 효과일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시인이 거둔 소득이요, 성과로 상찬하고 싶다. 일찍이 T. S. 엘리엇은 현대시의 특징을 ‘감정으로부터 도피’라 한 적이 있는데, 자칫 센티멘털리즘으로 빠질 수 있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날에 대한 심리적 거리두기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시인의 지난 연대의 깨끗한 가난에 대한 기억들은 흑백영화 같은 애틋한 정서와 달콤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그것들은 문명의 이기에 속화된 일상에 반성과 성찰의 한 계기를 부여한다. 기타를 치며 〈애니 로리〉를 부르던 하숙생 오빠와 ‘명수대극장’ 간판장이 아저씨 같은 인물들을 소환하는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은 잃어버린 낭만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기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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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작가의 산문들은 숭늉처럼 구수하고 삼색나물처럼 깔끔한 향취가 눈맛을 돋군다.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고 단아하게 꾸며 서사를 진행해 나가고 있는 글들은 어떤 땐 웃음을, 어떤 땐 눈가에 맑은 이슬을 맺히게 한다. 글의 바느질이나 누비는 솜씨가 찬찬하고 꼼꼼하여 헐한 데가 눈에 띄지 않는다. 맺고 끊는 것을 알아 야무지게 갈무리하는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거기다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흥미진진하다. 그것이 감동과 울림을 동반함으로써 독자들의 세계에까지 영향을 끼치니 이는 글의 보약이 아닐 수 없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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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시인의 시편들은 인공으로 꾸민 정원이 아닌 시골집 뒷마당에 절로 생겨난 자연 꽃밭 속의 백화제방하는 꽃들 같다. 시의 꽃들에서 풍겨 나오는 각기 다른 향기가 은은하고 그윽하다. 이정희 시인의 시편들은 《한국인의 밥상》에 진설된 토속 음식들 같다. 화학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천연의 식재료로 만든 우리 민족 고유의 슴슴하고도 담백한 맛의 음식들처럼 그녀의 시편들은 한국인의 체질에 부합하는 것들로서 읽는 즉시 일반 독자의 정서에 거부감 없이 배어들고 스며든다. 이정희 시인의 시편들의 어조는 강하게 내세우거나, 주의 주장하거나, 억지와 허세를 부리지 않고 강안의 풀꽃들을 피우며 흐르는 하류처럼 조근조근하면서도 넉넉한 목소리로 소곤댄다. 이정희 시인의 시편들은 자신의 경험 현실을 굴절한 것들로, 위선과 위악을 멀리한 채 자신이 살아온 부피만큼의 진실을 품고 있다. 이정희 시인의 시편들은 오래 끓여 낸 곰국처럼 걸고 진한 맛을 지니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가족 서사를 전하고 추억을 소환하고 현재의 심경을 담담하게 진술하는 시편들에서 독자들은 모처럼 시를 읽는, 쏠쏠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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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돈 시인은 파토스가 강한 사람이다. 시편마다 시적 주체의 정염과 충동과 정열과 격정이 바람 드센 날의 바다처럼 굽이치고 있다(이러한 정조는 1부와 2부에서 그러하고 3부와 4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어조를 보이고 있는데 그만큼 시의 음역이 넓다는 뜻이다). 이번 시집에서 주목을 끈 시는 단연 「월식」이다. 그것은 이 시가 시인 특유의 개성(파토스)을 대유할 뿐만 아니라 시집 속에 편재한 시편들의 다양한 내용과 정서를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인이 살아온 만만찮은 곤고한 생활상과 불교의 윤회 사상 그리고 자연과 동고동락해 온 이력 등이 새롭고도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절창이다. 그로테스크한 상상과 이미지를 통해 달(천상)과 바다 개펄의 생명들(지상)이 생의 고리로 이어지면서 순환하는 동양적 신화의 진경을 펼쳐 보이고 있는 이 시편은 전율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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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윤 시인의 시편들은 새롭고 낯설다. 나날의 구체적 일상을 소재나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새롭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가령 “턱을 괴면 손바닥엔 호박처럼/ 받쳐 줘야 할 씨앗들이 촘촘히 들어찬다/ …(중략)…/ 턱짓으로 불러 모은 생각 대부분은/ 입 안쪽에 감춰 둔 뾰족한 말들”(「곰곰한 호박」)처럼 시인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 때문이다. 요컨대 시인 특유의 개성적인 언어 조합과 배열의 방식이 주목을 끄는 것이다. 또한 시안은 매의 눈처럼 매섭고 날카로워 현상 이면의 비의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각성의 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령 번개에서 “밝은 뼈”를 보고 “저 뼈는 추적추적 빗줄기가 살이다”라고 말하고 나서 “상상의 짐승”(「번개」)을 발견하는 능력은 의외의 놀라움을 안겨 준다. 시인의 “숨은 표식들”을 찾아 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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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 비트겐슈타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겠다 – 박균수 이번 시집은 시인이 현대과학 발견의 토대 위에서 ‘나는 무엇일까?’ ‘인간은 무엇일까?’ ‘우주는 무엇일까?’에 대해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형식과 내용으로 미 만해 있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말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시인은 비의의 세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과감한 시적 도전과 진술로써 응답하고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인간 세상을 포함한 우주는 픽셀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르고 컴퓨터 속 시뮬레이션일지도 모른다. 시인은 이 지점에서 인간에게 새로운 존재론적 고민이 발생하며 그것은 당연히 문학이, 시가 최전선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적 상상력은 가히 우주적이다. 즉, 우주의 원리를 탐색할 뿐만 아니라 우주 안에 편재하는 온갖 사물들, 그 가운데 일상 세목의 구체적 묘사를 통해 인간 존재에 관한 근원적 사고와 명상에 정진하며, 그 내용이 이번 시집의 주조를 이루고 있다. - 이재무(시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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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편 천 편의 시보다/한 그루의 나무가 곧 시다”“나를 다루기가/하루하루 어려운”시기를 지나 “나를 잘 다룰 때”의 나이에 이른 구재기 시인의 신작시집은 우주 안에 편재하는 온갖 사물에 대한 조응 속에서 궁극에 닿은 깨달음으로 넘쳐나고 있다. 시인은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들과의 우정 어린 관계 속에서 사람살이의 참된 도리와 이치를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처처(處處)에서 자재(自在)로 살아가는 정신이요, “분별해오던 것들도/아예 놓아버리고 난 자리”에 생겨난 여여(如如)의 상태라 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일체의 인위에서 벗어나 ‘홀로 붉게 읽어가는 보리수가 홀로 지는 것’을 ‘거대한 일’로 여기는 일과 무관치 않다._이재무(시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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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도에 캐나다로 이주하여 “싸락눈 같은 첫 이민 생활”을 해 온 지 33년째인 최조을순 시인의 이번 시집 속에는 고국에 대한 향수와 사는 동안 “웃어 본 적 없”는 엄마에 대한 사모의 감정이 사무친다. 일상 시편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들이 대체로 토속적인 것도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때문이리라. 예컨대 ‘메밀꽃, 메밀국수, 민들레, 모시 적삼, 상추, 이불 홑청’ 등등, 이러한 회감의 정서는 아프고 절절하다. 이국에서의 바람 든 무 속 같은 외로움과 마음의 결핍을 “시인 자격 갖추려/ 이토록 혼 빠지게 다루”시는 주님에 의지하여 극복해 나가고 있는데 이러한 시인에게 시는 “영혼”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흔이 넘어서 일 년에 백 권의 책을 읽고 이사 온 집에서 50편의 시를 짓는 열정적인 시인의 시집 속에는 시집 제목과 달리 생각이 가득 차 있다. 열정이 재능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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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심성은 산간 마을에 내린 첫눈처럼 순정하다. 시의 어조는 높지 않고 요란하지 않다. 속삭이듯 사근사근 말한다. 하지만 시의 화자는 여리고 순하고 선한 감성으로, 성능 좋은 카메라처럼 세상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살핀다. 자상하다. 시인詩人은 세상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것들에 살뜰하게 가 닿아 있다. 시인의 시집은 나날의 구체적 일상에 대한 섬세하고도 꼼꼼한 서술로 채워져 있다. 그의 일상 시편은 강의 하류처럼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절절한 감정의 사모와 이웃에 대한 연민과 친구와의 우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삶이 끝나면 죽음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끝나면 죽음도 끝난다. 우리는 매일을 살아가면서 매일을 동시에 죽어 간다. 그러므로 현재의 일상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현재를 잘 살아야 과거가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고 미래도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정登頂이 목표인 삶이 아니라 하루하루 걷는 과정이 중요한 등로登路로 살아가자고 시인의 시편들은 말하고 있다. 일상의 세목을 솔직하게, 담백하게 진술하는 시편들은 은근한 힘을 발휘한다.
12.
이향영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에 나오는 시구절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와 박재삼 시인의 시 「천년의 바람」의 시구절 “천 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가 떠올랐다. 시적 대상인 한부모가정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바가 적지 않은 때문이고, 아이들은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천년의 바람」) 어른과 달리 자연에 가까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인의 시편들은 600개의 단어(주로 모국어)만으로 시를 썼던 김소월처럼 생경한 추상의 한자어 대신 순수 고유어만으로 시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고, 거기에 모성을 원천으로 시적 진술이 이루어져 있는 까닭으로 울림의 파동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시인의 시들에서 대상들이 겪는 ‘상처와 슬픔과 결핍’의 치유를 위해 사람과 자연에 의존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 듯하다. 그렇다. 몸이 추우면 햇살이나 난로를 쬐어야 되겠지만 마음이 추울 때는 자연이나 사람을 쬐어야 하기 때문이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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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다운 시를 읽는다. 한 편, 한 편을 흘려 읽을 수가 없다. 서정성이 적정하게 균형을 이룬 시편들에 오래 눈길이 머문다. 이 시집을 나는 ‘엉덩이의 미학’으로 읽는다. 머리가 삶을 관장하는 것 같지만 사실 “머리통”은 “엉덩이에서 쭉 뽑아 올린”(「엉덩이의 힘」) 것이다. 엉덩이는 관념이나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이다. ‘물적 토대가 상부구조를 결정’(마르크스)하는 것처럼 현실이 이성을 지탱한다. 이 시집에는 소가 여물을 되새김하듯 오래 새기고 싶은 신선한 감각적 표현들이 넘쳐 난다. “소쩍새 울음 화살나무 촉처럼 돋아나는 시간”(「슬픈 왈츠」) 같은 표현이 그러하다. 단편 서사인 「밥상 이야기」를 읽으며 “내 눈에는 눈물이 그득 차”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시인의 시는 뭉클했다. ―이재무(시인)
14.
한낮에도 별과 달이 뜨고 별똥별은 떨어지는데 왜 어둠을 바탕으로 한 천상의 것들을 한낮에는 볼 수가 없나? 사랑도 이와 같아서 달콤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때는 호상 간에 절실한 느낌을 실감할 수 없다가 홀로 깜깜해지는 밤의 시간대에 이르러서야 시절을 함께했던 이가 내 생과 삶을 빛나게 한 보석이었음을 뒤늦게 회한처럼 알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 늘 그렇듯, 후회는 돌이킬 수 없을 때에야 찾아오는 법인가 보다. 후기구조주의 철학자 라캉에 의하면 욕망은 결여로 인해 발생한다. 욕망이란 현재의 자신에게 부재하거나 결핍된 것에 닿으려는 안간힘이다. 사랑의 감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 김종석 시인의 시집 『행복하지 말고, 불행하지 말고, 웃으라고』는 실존적 고백서로서 지금은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회상의 정서가 애틋하고 애절하다. 시인의 시편들은 하이데거의 시인관처럼 자연의 사물들을 통해 상실한 대상(임)을 호환하고 현현한다. 김종석 시인에게 사랑의 상처는 기억이고 반성이고 부활이다. ―이재무(시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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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목월 시인의 외손자인 김준철은 외탁을 한 탓으로 시 잘 쓰는 시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후광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의 시는 슬프고 아프고 높고 외롭다. 그는 평지돌출과 굴곡 많은 요철의 시간을 살아온 시인이다. 김준철 시인의 시편들은 블랙코미디 같은 잔혹하고 통렬한 자기 풍자와 우울한 해학과 알레고리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그가 자의식이 매우 강한 시인임을 암시한다. 고통으로 점철된 그의 가족 서사를 읽으며 울컥, 하는 감정의 홍수에 휩싸이곤 하였다. 시집을 다 읽고 났을 때 문득 나는, 2019년 8월 미국 LA에서 그와 함께했던 6박 7일간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 해 미주한국문인협회는 팜스프링스에 위치한 미라클리조트에서 문학 캠프 행사를 가졌는 바 그 자리에 나는 서울대 방민호 교수와 함께 초빙자로 참석하게 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서 새벽 여명이 밝아 올 때까지 우리 셋은 술을 마시며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이야기에 심취한 내가 엉엉 웃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 시집은 그날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그의 개인사가 문자로 기록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참혹하도록 아름다운 시정의 물결이 독자 대중의 가슴을 흠뻑 적시길 기대한다.
16.
허향숙 시인의 시편들은 최근 범람하는 유행 시편들과는 다르게 비교적 전통 서정 문법에 충실하다. 그녀의 시에는 가슴 아픈 가족 서사가 있고 세계와 사물에 대한 철학적 인식과 사색이 웅숭깊고 나날의 구체적 일상 세목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주목을 끈다. 또한 그녀의 정제된 언어미학의 시편들은 순도 높은 감성으로 독자의 마음을 적시는 시적 아우라와 마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데 이는 요 근래 보기 드문 귀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 시집은 대체로 사물과 세계와의 동일성을 추구하는 시편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존재의 기원인 고향에 대한 회감 어린 정서의 시편들에서는 애틋한 향수를, 예기치 않게 찾아와 실존의 뿌리를 사납게 흔들어대는 참척의 슬픔이 짙게 밴 시편들에서는 먹먹한 통한을 느끼게 한다.
17.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이광호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오래 눈길이 머문 시편이 있다. “두 노인이 시장 길을 걷고 있다./ 앞서 걷는 노인의 손짐을/ 뒤를 따르는 노인이 잡아챈다./ 괜찮다고 하는 것을 굳이 달래서/ 처진 어깨에 매단다./ 아픈 노인이 또 다른 아픈 노인의 짐을 들고서/ 아픈 길을 함께 간다.(「동행」 전문) 이 단시에는 시집 전체의 내용을 압축하며 관통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개별 시편들에서 시적 주체는 우주 안에 편재하는 사물들(사람 포함)과 더불어 주어진 시간의 궤도를 걷고 있음(동행)을 언어 형상 미학을 통해 유효적절하게 암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신화의 세속화’라고 했을 때 이러한 정의에 시인의 시편들은 그대로 부합한다. 현대에 이르러 신화란 의인관적 세계관이라 볼 수 있는데 시인의 시편들 속에서 우리는 대상에 대한 이 같은 입장을 자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상 사물과 세계에 대한 외경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시적 인식이자 상상력이다. 가령 “나무가 한 줄기에서 여러 가지를 두는 일이/ 외로움 때문이라는 것”이라 단정적으로 진술하는 태도와 “낙엽 속에서 몰락한 도시의 문명을 읽는” 자세는 그것의 반증이라 말할 수 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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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아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기쁨」, 『하늘의 서쪽』) 줄곧 허공을 바라보던 시의 눈을 낮춰 지상으로 향하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새 시집에는 ‘사막’과 ‘낙타’라는 시어가 자주 눈에 띈다. 시인이 사막 여행을 다녀온 뒤에 얻은 시상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여기서 ‘사막’은 삭막한 문명시대를, ‘낙타’는 불모의 현실을 살아 내는 시적 자아의 표상이자, 현대인의 고독한 초상을 의미한다. “고통의 시간, 고행의 연속”인 인생살이를 선생은 ‘사막’을 걷다 한 줌 모래로 사라지는 ‘낙타’의 존재로써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서쪽으로 사라지는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른 시인이 인생을 압축적으로 조감하고 있는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은 새삼 건조한 우리들 나날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시(“꽃송이”)를 통해 세상을 열고 우주의 비밀을 캐는 경지(“장엄”)에 이른 시인의 시안詩眼에 축복을 보낸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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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의 정상은 바다다 바다가 운명인 정현태 시인의 시편들은 직정적이고 우렁차다. 그는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방으로 핵심을 향해 질러버린다. 말의 향기에서는 바다 사내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흐르는 물의 정상은 바다다. 정현태 시인의 호연지기는 바다에서 생겨난 것, 그는 “충무공 이순신의 마음으로”, “사람이 하늘인 세상을 위해/죽산처럼 일어서서” 시를 쓴다. 정현태 시인의 시심은 바다의 성정을 닮아 넓고 깊어서 시대의 영웅호걸들에서 민중들까지 두루 아우르고 있다. 정 시인의 시편들은 이육사, 유치환, 김수영 같이 산맥처럼 굵은 남성적 어조의 시인들이 지닌 시 정신과 맥을 잇고 있어 각별히 주목을 끈다. 시작이 창대하였으니 끝도 창대하길 빈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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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편들은 전언이 빙어처럼 투명하고 시의 주체와 시적 진실이 눈사람처럼 표리동일하다. 시인의 시편들은 복잡한 회로를 거부하고 사물과 세계와 사람살이에 직방으로 다가가 본질을 규명하고 캐낸다. 그의 시편들은 히틀러 시대 나치즘을 통렬하게 풍자했던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편들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시인의 시편들은 올곧게 시대정신을 관통한다. 또한 시인의 시편들에는 동양적 사유의 근원인 불교적 상상력과 명상으로 성찰의 계기를 부여하는, 순간적 기지의 잠언이 시의 격을 높이고 있다. 개결한 시 정신으로 정직하게 혼탁한 시대의 불의에 맞서는 시인의 자세야말로 그 자체로 높고 귀하다 아니할 수 없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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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스스로를‘조선 년’이라 칭하고 또 스스로를‘야만’이라 칭하고‘바보’라 칭한다. 이것은 그가 때 묻지 않은 토박이 정서를 지닌 시인이고, 문명에 길들이지 않은 원시적 생명감에 충일한 시인이고, 이해타산과는 거리가 먼 순정의 시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선언하는 셈인데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시편들에서 우리는 이러한 그녀만의 시적 천성이 에누리 없이 올곧게 진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농경적 정서를 배면에 깔고 있는 그녀의 시편들에는 직방의 언어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애틋한 가족서사며 이웃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겨울밤/ 쇠 난로처럼 활활” 태우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전의 시편들을 관통하던 격정의 어조 대신 다소 차분한 어조로 “사람이 먼저인 세상”(노무현)을 흑백사진처럼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2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0일 출고 
해풍이 심한 바닷가에 뒤틀린 형상으로 서있는 나무가 있다고 하자. 나무의 기괴하게 뒤틀린 형상만을 카메라에 담기에 급급한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향영 시인은 존재(대상)의 근원적 슬픔에 주목하는 시적 편력을 보이고 있다. 시인의 시정신은 타자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박애를, 관념과 추상의 차원이 아닌 구체적 생활로써 실현하고자 하는 구원의 욕망에 닿아있다. 이러한 이타적 정신은 ‘아들’의 죽음이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시인이 맺어온 인연의 스펙트럼은 광활하다. 그것은 시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과 상관성이 있는 듯하다. 이 시집은 시인의 이러한 인연들에 대한 소중한 헌사로 가득 차 있다. 서사의 파노라마가 장강처럼 굽이치는 시집은 가독성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긴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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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정원』은 회감의 정서와 우리가 잃어버린 시원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솔직 담백한 선생의 글은 다감하고 다정하여 읽는 이의 마음을 절로 따뜻하게 덥히는 힘이 있다. 물질은 풍요로우나 마음은 가난하여 춥게 사는 이들에게 선생의 글들은 달아오른 난로와 같은 훈기를 준다. 고졸한 문채(文彩/文采)는 황국의 향기처럼 깊고 은은하다. 군데군데 창공에 빛나는 별처럼 반짝이는 시적 진술이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선생의 글들을 읽다 보면 시난고난 살아온 굴곡 심한 자전적 생애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문학의 재부가 되어주었고, 부모 없이 외롭게 살아온 상대적 결핍과 절대적 고독이 문학의 앞길을 틔워주었으며 또 속정 깊은 선생의 할아버지의 말 없는 훈계가 삶의 나침판과 지도가 되어주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때로는 봄비처럼 뭉클, 처연하게 몸으로 스며들고 때로는 갓 끓여낸 장국처럼 구수하게 마음의 배를 데워주는 선생의 글들이 세상 속으로 크게 번지고 퍼져서 이 시대 추워 떠는 영혼들을 위무해주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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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0일 출고 
박희자 시인의 시편들은 산간 마을에 내린 눈, 혹은 갓 찧은 떡쌀처럼 개결하다. 그녀의 시편들 속 시적 화자들은 문명으로부터의 도피를 감행하는 자로서의 유목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매인 데 없는 “바람의 영혼”은 활달하며 자유자재하다. 과감하게 선보이는 무의식적 욕망과 위반으로서의 도발적인 상상력은 그녀가 빨강 머리 앤 부류에 속한 사람임을 암시한다. 다양한 색채 감각이 펼쳐지는 가운데 시골의 전통 가락과 이태원 풍 재즈의 선율이 자유롭게 넘나들기도 하는 그녀의 시편들은 그만큼 시 세계의 스펙트럼이 넓다. 부디, “바람이 나를 거쳐 세상 속으로 흘러가”듯 시인의 시가 독자의 가슴을 거쳐 세상 속으로 흘러가기를!!
2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3일 출고 
기술과 자본의 파시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은 저마다“속도의 무게를 온몸에 새기며 가속 페달을 밟는다” 이혜경 시인의 시편들은 현대인의 시대와 현실에 대한 절망적 인식으로 가득 차 있다. 유난히 겨울 이미지가 많은 것은 이러한 사정 때문이리라. 시적 화자들은 탈주에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있으나 번번이 궤도의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인의 시적 화자들처럼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생의 궤도 속에서 살아간다. 어찌 사람뿐이랴. 태양도 달도 별도 나무도 강물도 구름도 비둘기도 염소도 비행기도 전동차도 버스도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죽어서야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 이혜경 시인의 이번 시집은 궤도 안에서 답답하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헌사라 할 수 있다. 나날의 비루한 일상을 간신히 연명해 가는 이웃들의 삶을 자신과 삶과 동일시하려는 시인의 시정이 높고 우뚝하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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