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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이경림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7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문경

직업:시인

최근작
2023년 5월 <꿈속의 꿈>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2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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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그의 시는 잘 찍은 예술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얼른 보기에 있는 그대로 찍은 사진에 불과한 것 같지만 곰곰 보면 한치의 더함도 덜 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시라고 밖에 표현할 길 없는 옷을 걸치고 무심히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잘 차려입지도, 그렇다고 남루하지도 않은 그 옷은 그저 세계 속에 흩어져 있는 존재 중 하나인 그것들을 돋보이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보려 애쓰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시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형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되도록 무심히 보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하려 애쓴다. 세상에 흩어져 뒹구는 온갖 ‘나’들에 대하여 ‘너’ 들에 대하여 더도 덜도 말고 꼭 너만큼만 아니 나만큼만 보고 말하려 하기 때문이다, 돌의 입장에서, 물의 입장에서, 나무의 입장에서. 왜냐하면 그는 그것들이 모두 결국 하나에서 비롯된 몸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물 한 병이 사발면 한 그릇이 되고, 커피 한 잔이 되고 켜켜이 쌓인 한 병의 물’들이 가지가지 존재의 이름으로 몸 바꾸는 동안이 생이라는 걸 아는 시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2.
모든 것은 순간순간 태어나고 순간순간 사라진다. 모든 존재는 아니 그 존재들 중 하나인 우리는 그저 이곳을 잠깐 지나가는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 중 하나일 뿐이다. 『존재와 시간』을 집필한 하이데거는 ‘우리가 이해하는 다양한 존재 방식들은 모두 인간의 사유에 의해 형성되는 시간적 지평에 의해 이해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존재들의 근거가 시간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존재의 뿌리이고 바탕이며 존재 그 자체라는 것이다. 문재규 시인의 이번 시집 『달을 물어 나르는 새』의 바탕을 이루는 사유는 매우 하이데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사물이나 현상 즉 시간들의 이동을 가능한 한 자신의 생각을 덧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 애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관념적이지 않다. 리얼리티에 바탕을 두고 있는 그의 시가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5일 출고 
시인은 말을 다루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가 시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말할 때는 마치 작두 탄 무당처럼 처연하고 아프다. 그러나 그는 슬픔을 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그 타고난 말솜씨에 홀려 눈물을 흘리며 장단을 맞추게 하는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슬픔이 가진 아이러니를 잘 요리할 줄 아는 시인이라 할 수 있겠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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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할머니의 육아 동시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손녀와 할머니의 영혼이 하나로 맑아서 누가 아이이고 누가 할머니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개구쟁이 손녀가 던지는 밥 덩어리를 맞으면서 손녀 같은 아이가 되어 손녀와 대치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이 뭉클하다 이렇게 종일 어린 악동과 함께 뒹구는 개구쟁이 할머니의 시 속에는 손녀에 대한 무한 사랑과 기대와 희망이 햇살처럼 반짝인다. 시인 할머니는 시 속에서 ‘우리 네버랜드로 갈까?’ 하고 속삭이지만 그들이 깔깔대며 소곤거리며 살고 사랑하는 그곳이 네버랜드가 아니고 무엇이랴 ‘웃음은 전염이 빠르다’고 한 시의 제목처럼 이 시집이 암울한 시대에 전염병처럼 밝고 아름다운 기운을 퍼트렸으면 좋겠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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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에두르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 그의 시에는 마치 제3의 눈으로 본 것 같은 생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이 디테일로 살아 있다. 한마디로 그는 꿰뚫어 보는 사람이다. 사물을, 현상을, 시간을! 「거미」라는 시에는 시인이 대상을 홀리듯 포착하고 관통하는 찰나가 가슴 서늘하게 그려져 있다 “거미 눈과 내 눈이 딱 소리 나게 마주친 적이 있다. 땅거미였는데, 두 눈이 딱 소리 나게 마주친 거다. 거미도 나도 얼어붙었다. 초점과 초점 사이에서 불이 일었다. 푸른 불꽃이었다. 내가 먼저 초점을 옮겨서 불꽃을 거두었다. 그제야 땅거미가 움직였다.” 그렇다. 시인의 안광에 대상이 새파랗게 얼어붙는 순간! 그것이 바로 시적 순간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안광으로 대상을 얼어붙일 수 있는 힘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타고난 영적 에너자이저인지도 모른다. 해서 그의 시는 늘 싱싱하다. 펄떡펄떡 뛴다. 그의 시에는 가라앉지 않는 분노가 있고 절망이 있고 저항이 있고 그칠 줄 모르는 질문이 있다. 그는 끊임없이 묻는다. 대체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이 무정란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시시각각 밀려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대체 무어냐고. 그리고 그는 스무 살 청년처럼 당당하게 말한다. 길은 (어디에나) 없는 편이 좋다고. 묻지 않아도 다 아는 길은 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6.
  • 그리움 한 스푼 - 단발머리 시골 소녀의 동화 같은 추억 일기 100 
  • 김정희 (지은이) | 북랩 | 2022년 8월
  • 15,800원 → 14,220원 (10%할인), 마일리지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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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전자책 : 9,990 보러 가기
“이 책에는 1970년대 초 시골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 지금은 사라진 옛 풍습, 농촌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풍경 등이 영화처럼 때론 동화처럼 펼쳐진다. 작가는 특유의 맑고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독자들을 시간여행 열차에 태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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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은의 시를 보면 존재 자체가 백화(白畫)라고 한 르 끌레지오의 말이 생각난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존재들은 실재 같으나 사실 부재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실재와 부재를 하나로 보는 것 같다. 그는 실재 같은 그 부재들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툭툭거리며 부재가 어떻게 실재를 끌고 가는지 보여 주고 있다. 그의 시에는 삶과 죽음, 이녁과 저녁이 혼재해 있다. 미셀 푸코가 말한 헤테로피아적 시간이라고나 할까? 이런 그의 시공은 잠 속인가 하면 잠 밖이고 잠 밖인가 하면 잠 속으로 나타난다. 그에게 잠 밖과 잠 속은 사실 같은 곳이다. 예를 들면 자신은 오래전부터 여기 살고 있는데 누군가 당신은 이미 (사흘 전에) 죽은 존재라 하고(?자정?), 또 자신은 다만 나무 계단에 앉아 잠깐 졸았을 뿐인데 어느 틈에 동생들이 생겨나 떼 지어 울고 엄마는 멀어져 간다(?명암?).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애인을 문경에 가지고 있다 한다(?문경 애인?). 그 애인이 실재하는지 부재하는지 그는 구태여 알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믿음이다. 그 믿음이 사실 부재인 이 삶 속을 그가 환히 들락거릴 수 있게 하는 힘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그는 오늘도 없는 애인을 찾아 때죽나무 꽃 피는 산길을 걸어 없는 문경에 간다. 비록 그곳이 깊고 아득하고 비 오고 바람이 부는 곳일지라도 그는 그곳이 틀림없이 처음 보는 저녁같이 아름답고 서늘한 곳이며 그리움이라는 몇 생의 지병을 고칠 수 있는 곳이라 믿기 때문이다. 꿈같기도 현실 같기도 한 그의 말들은 마치 먼 시간의 저편에서 들리는 노래처럼 낯설고도 신비롭다.
8.
그의 시는 시조가 지녀야 할 품위와 율격을 겸허하게 지닌 채 최대한 자유롭고 모던하다. 잘 그려진 수채화 같은 시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 노인, 가난한 가계의 아낙 등 이 나라의 슬픈 역사 속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다. 일생 허리가 휘도록 국수를 말아 파는 여든의 노파, 어둑한 함바집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는 미얀마 노동자, 바람벽 못에 걸린 낡고 해진 아버지의 작업복 바지에 나타난 이미지들처럼 그들의 삶은 아프고 고단하지만 그는 그것이 마치 ‘저녁이 오는 풍경’과도 같은 것이어서 서럽고 정겹고 아름답고도 처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의 한 장면을 그는 “깡마른/독거나무 위/흰 새떼 수천마리”라는 구절로 상크랗게 보여 주고 있다.
9.
이용임의 시집 속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나직나직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신음 같기도 여린 비명 같기도 한 그 노래를 따라가면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 세계가 보인다. 그 속에 한 여자가 “피투성이 시계덩어리 심장 그게 나야”, “저녁 종소리를 마시고 잉태한…”(「시계의 집」)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저녁 종소리는 실체가 없는데 그걸 마시고 잉태된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있는 사람일까? 없는 사람일까? 존재와 비존재 사이 유령처럼 살아가는 사람? 그게 바로 여자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이 시집에는 상처투성이 자궁, 물속에 갇힌 아이들, 피 흘리는 심장 등 피학적이고 절망적인 약자(특히 여성)의 이미지가 많다. 물과 피와 심장, 이 세 이미지들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은 자궁이 아닌가? 그것은 여성성의 상징이며 존재 발현의 원형적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그것은 우주의 상징적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시 속에 나타난 그곳은 지금 피투성이 상처투성이로 신음하고 있다.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라 해도 좋을 그곳을 시인은 “흰 그림자에 몸을 먹힌 귀신이 너울을 쓰고 기슭에 앉아 분내 나는 시간을 건너가”(「봄」)듯 가야 한다고, 그래야 봄에 닿을 수 있다고 슬프고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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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직업은 숲해설가다. 그녀의 삶의 대부분이 숲에서 이루어지듯 숲은 그녀의 우주이며 삶의 현장이다. 말하자면 다른 시인들이 자신의 삶터인 도시를 쓰듯 그녀는 숲을 쓴다. 그 속에서 그녀는 나무의 정령이 되고 별과 바람과 하늘과 물레방아의 정령이 된다. 한 그루의 나무를 쓰기 위해 그녀는 기꺼이 나무속으로 들어가 수액이 되어 뿌리로 가지로 잎으로 흐른다. 그것은 정령들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숲의 정령이기 때문에 새벽녘 쏟아진 별밭을 눈썹으로 매기도 한다. 이런 거짓말 같은 그녀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다만 현상을 받아 적었을 뿐인 그녀의 시는 그러나 왜 이리 깊고 맑은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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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현실을 과잉 포장하지 않는다. 징징 짜지도 지나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세를 떨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크고 작은 일들을 탁구공처럼 받아치며 오히려 생의 활력소로 전환시키는 힘이 있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늙지 않는다. 그 힘으로 그는 지나간 소녀들의 나라를, 잃어버린 天眞을 소환한다. 그는 거짓의 가면을 쓰고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질 일밖에 없는 현실을 일시에 핑크핑크 한 소녀들의 나라로 둔갑시키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영리한 그는 ‘우리’로 통칭되는 이 시대의 익명들이 할 일이 그저 황태처럼 덜그럭거리며 문득 ‘우리 용대리 갈까?’ 하고 자신도 모를 말들을 중얼거리는 일뿐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어디에 용대리가 있는가? 그는 묻는다. 용대리는 거리상으로 가까운 곳일 수도 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에게는 너무 먼 곳. 그들에게 용대리는 그저 사무실이고 그 속에서 종일 의자에 붙박여 지내는 화자의 뒤통수이고 어느 일요일의 몽상이고 꿈속의 삼거리 같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하여 가까이 있으나 가지 못하는 그곳을 ‘그냥 황태해장국처럼 퍼마시고 싶은 용대리’라고 말함으로써 꽉 막힌 현실의 답답한 속을 문득 개그로 바꿀 줄 아는 시인이다. 그것이 그가 가진 힘이며 남다른 자질이기도 하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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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상실의 시간은 그에게 너머를 볼 수 있는 빛나는 선물을 남긴 것이다. 시는 한 세계를 드러내면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시인이 경험하는 모든 순간, 아니 태어나기 이전의 시간(부모미생전)까지 시는 生來的으로 느끼고 표현한다. 하여 시를 쓰는 일은 靈的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것은 물병편지를 바다에 띄우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生이라는 바다에 띄워진 물병편지를 그대(혹은 독자)가 읽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하염없는 마음이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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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열리는 독서 토론이 있는 날이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비 때문에 모두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소파에 누워 잠시 쉬려는 참이었다. 문득 벨이 울렸고 문밖에는 흠뻑 젖어 물을 뚝뚝 흘리는 그가 서 있었다. “이 빗속을 어떻게….” 놀라는 내게 껄껄 웃으며 그가 대답했다. “비 온다고 밥 안 먹나요?” 그날 우리는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모래의 책’을 읽었다. 그날 우리는 한 번 넘기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어떤 페이지 속에서 시를 이야기하고, 시 같이 시시한 생을 이야기하고, 시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 시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날 그는 한때 자신이 제천에서 함백을 달리던 기차의 기관사였다고 고백했고, 급정거할 수 없는 열차 같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 했고, 불가항력인 사고에 대해 이야기 했고, 그 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 했고, 자신의 행운이 된 추어탕 가게와 착한 아내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나는 대답했다 “그들이 바로 시 입니다” 그는 그저 허허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서둘러 가려는 그에게 “비가 이렇게 많이 와서야 어디….” 걱정스레 말하는 나에게 그는 “걱정 마세요. 비 사이로 가면 되지요. 비 사이에도 길이 있거든요” 우산을 툭툭 털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현관문을 나섰다. 봄 햇살이 비처럼 쏟아지는 오후다. 눈부신 빛의 제복을 입은 그가 모는 기차가 빛줄기 사이로 난 하늘길을 미끄러지듯 가고 있는 오후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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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속에는 꿈결처럼 지나간 유년이 여름날 감나무 아래 떨어져 있던 감또개처럼 또록또록 눈 뜨고 있다. 그의 시는 따듯하고 아늑한 추억의 상찬이라 말해도 좋을 것 같다. 그는 지난했던 지난날을 핑계로 징징 짜지 않는다. 그의 시는 오히려 그 지난함을 환하고 아득하게 들어 올리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어려웠던 시절 한밤중 요강에 오줌 누는 소리를 연령대에 따라 / 빈 요강에 들이치던 말발굽 소리 / 볏짚 적시는 겨울 빗소리 / 라고 비유한 구절에서도 나타나 있듯 그만의 유니크한 서정성과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 또 그의 시쓰기가 동시대 시인과 변별성을 가지는 것은 온갖 외국어의 홍수 속에서 잊혀가는 순우리말들을 찾아 제 자리에 앉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 언 샘에서 두레박 탁탁 부딪치며 물을 긷다가 두세두세, 어머니와 올케가 나누던 소리 / 라는 구절에서 나타난 ‘두세두세’ 라는 의성어 출현은 얼마나 엉뚱하고 절묘하던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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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를 읽으며 모처럼 시간과 존재, 삶과 죽음 전생과 현생 등 온갖 근원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확실한 것은 어쨌든 그는 천생 시인이었으며 시로 말하는 무당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나는 어느 생에 새였는지도/, 나 모르게 새였는지도,/ 첩첩 전생을 넘어 구만리 창천을 건너와/ 한 세상 나뭇가지에 잠시 날개 쉬어가는 새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득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시간이 한 마리 흰 새처럼 날아간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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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날렵하지 않다. 현란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의 시는 진부하지 않다. 그의 시는 맑고 우직하다 그의 시에는 젊은이 못지않은 모던함이 있고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도 있다. 이따금 경상도 사투리로 우직한 욕설을 뱉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욕설은 따뜻하다 아마도 눈물방울 꽃이 지천인 이곳에서 잠이 덜 깬 아이처럼 어리둥절 살다가야 하는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 때문이리라. 때로 ‘내 머리는 땅으로 들어가요 / 땅에 주렁주렁 달라붙은 공장 굴뚝들이 / 양버즘나무 가로수들이 전봇대와 아파트 건물들이, 철탑이 달린 교회가 나처럼 땅 속으로 들어가요. 입이 성기가 되고 성기가 입이 되는 중이예요. 팔이 다리가 되고 다리가 팔이 되는 중’이라고 흥얼거리는 그는 그저 여나믄 살 된 악동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말들은 그의 순수성에서 나온다. 그러나 순수는 본질이어서 언제나 모던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만들어 지지 않는 것들이다. 「廉恥에 대하여」란 시에서 그는 구기자 열매를 따 먹으려다 새들이 너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廉恥가 보여서 못 땄다고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래, 만물에 대한 염치! 그것이 시가 아닐까? 하고. 그의 시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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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혁의 시는 천지에 널린 아득하고 먼 것들의 이야기이다. 그가 말하는 ‘멀다’ 라는 개념은 가시적 거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보다 근원적이며 심정적인 세계다. 가령 눈 위에 누군가 토해 놓은 토사물을 비둘기가 쪼아 먹는 것을 보고 “그 자리가 어찌나 먼지/내가 떠날 수가 없었다”라고 말한 구절에서 ‘먼’이라는 부사는 몇 생을 돌아 나온 윤회의 거리를 생각하게 한다. 그 거리는 아득히 “전신주가 왔다/ 가” 간 거리이며 “감나무가 왔다” 가고 “파리 몇 마리가 발을 비비고” 가는 사이의 거리다. 여기서 ‘왔다 간다’는 표현 속에는 생성되고 소멸되는 근원적 시간의 거리가 있다. 그것은 “능소화 붉은 꽃이 흔들리”는 “어머니의 어질병이 사는” 찰나적 시간과 동격으로 놓여 있지만 찰나와 영원이 결국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세계는 먼 것들의 꽃밭이다. 그는 “먼 것은 이기지 못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그 누가 이 일방적이고 무지막한 존재의 길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것들은 소통불능이어서 더욱 멀고, 멀어서 더욱 애틋한 풀리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위의 시간이다. 그러나 그의 시 속에 나타난 먼 것들은 농익은 가을 햇살처럼 쓸쓸하면서도 따뜻하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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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드는 일을 고개를 길어 올린다고 말한다. 이런 표현은 이상하게 사람의 속을 철렁 울리며 처연하게 한다. 무심코 고개를 드는 일처럼 하찮은 것도 한 목숨 길어 올리는 일처럼 경건한 것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불러오며 새삼 생이 눈물겹게 껴안아지게 한다. 그의 시를 보면 모든 존재는 자신의 생을 연기하는 배우에 불과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생이라는 무대에서 마치 지붕 수선공처럼 비탈에 아슬히 붙어 불볕의 하루를 연기해야 하는 존재들……. 그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시켜 보니 아는 얼굴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모습인 동시에 시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는 나와 너와 그가 모두 동격이다. 그 남자와 거미와 개미와 무당벌레가 동격이다. 아니 삼라만상이 동격이다. 그가 시를 쓰는 일은 ‘너’라는, ‘그’라는, ‘그것’이라는 거울 속에 현현된 시간들의 노골적이며 동시다발적인 현상들을 훔쳐보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시공(時空) 저 너머에 있는 이곳을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19.
그녀의 시에는 현전(現前)하는 존재들의 온갖 아이러니들이 갓 잡아온 생선처럼 펄떡거린다. 피 철철 흘리며 살아 몸 뒤트는 그것들은 대개 사회적(社會的), 성적(性的) 약자로서의 여성들이다. 동성애자,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딸, 포로가 되어 적군의 아이를 낳은 여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감금된 여수(女囚) 등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소수자들. 시인은 그들이 차마 자신의 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추하고 폭력적이며 부조리한 세상을 고발하고 있다. 질서나 도덕 같은 것들은 애초부터 있었을 것 같지도 않은 곳, 시인은 그곳을 차라리 사나운 나무 인형(人形) 놀이마당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곳에서 ‘나’는, 아빠 인형과 할머니 인형의 근친상간으로 낳은 나무 인형! 말 그대로 다만 사람의 형상에 불과한 존재. 거기는 내가 아빠 인형의 애인이 되어도 좋고, 형이라는 인형이 순식간에 아빠가 되어도 상관없는, 그의 말대로 ‘분간이 가시넝쿨처럼 뒤엉킨’ 이상한 세상. 그런 곳에서 사실, 사람인 내가 견디는 법은 매일 팔뚝에 칼금 하나씩 그으며 참는 것. 시인은 그럼에도 피와 침으로 범벅이 된 가족애만은 불도가니이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인형의 귀는 나무 귀 들을 수 없고, 인형의 눈은 나무 눈 볼 수 없고. 나무 심장은 처음부터 뛰지 않았으므로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이렇게 완벽한 결함은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 시집 전편을 관통하며 통통 튀는 그녀의 반어와 독설은 뻥 뚫린 바닥 위에 누운 채 가위눌린 형국인 존재들의 허(虛)를 슬쩍슬쩍 건드리며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처연함에 휩싸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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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카키 호수의 그림 같은 침묵과 평화로움이 보이는 듯한 이 시에서 화자의 행위는 호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뿐이다. 그러나 사실 그대로를 그린 이 시가 아름다운 것은 하늘을 품고 있는 호수와 양떼와 사슴 혹은 젖소 같은 존재들이 침묵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저 아름다움은 저리 서럽다고, 눈부시다고 가만히 중얼거려 볼 뿐이다. 침묵 속에서는 서러움도 눈부심도 동격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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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끌레지오는 ‘우주를 재구성하기 위하여 인간이 가진 거라곤 감각이라는 빈약한 도구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시인이 할 일은 감각이 선택한 현상에 대한 성실한 관찰과 깊이 있게 사유하는 일일 것이다. 시시각각 만나는 현상들을 가지고 놀든, 시치미를 떼든, 그 앞에 엎드려 절하든, 몸 재주를 넘든, 그것은 각자의 성향이 선택할 문제이리라. 그러나 소위 쓰는 자가 지녀야 할 한 가지 공통된 요소는 날것 그대로 정직하게 보고 쓰는 일일 것이다. 시 쓰기는 결국 내면의 눈을 되찾는 일이다. 이 시집의 표제시인 [공치는 일]에는 공球 치는 자의 자세에 대해 섬세하게 쓰고 있다. 그것은 生이라는, 아니 시라는 空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일이기도 하리라.
2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5일 출고 
그는 현상으로 말한다. 그의 손에 끌려나와 시가 된 온갖 현상들은 그의 말인 동시에 메타포다. 그것은 시인의 말이며 이녁에 몸 받고 나온 온갖 존재들의 말이기도 하다. 의식 속에 들어온 현상들은 경험현상이 되고 시인에게 그것들은 자신만의 시적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의 첫 시집인 이 책 속에 나타난 그의 세상은 오래된 한 거울 속에 있다. 그 속에 있는 낡은 옛집 마당가에서 사금파리를 가지고 노는 아이 속에 있다. 그는 말한다. 생이란, 그 아이가 자라서 낙천대 노인정의 더플개가 될 때까지의 시간이며 거리라고. 그것은 여기, 이 자리에서 북한산 오르는 길에 서 있는 산사나무까지(뒤에 시구문을 숨겨놓고 있는)의 거리같은 거라고. 그리고 그것은 겨우 열두 걸음에 불과하다고. 당신의 세상은 그 열 두 걸음 안에 있다고. 그 안에는 뱃속에 악어를 키우며 악어의 잠에 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슬픈 모성의 세상이 있고, 칼을 빼든 희광이 앞에 모가지를 드리운 참담한 어미의 세상이 있고, 우리 엄마 아프지 않게 단칼에 베어달라고 희광이에게 엽전 몇 잎을 건네는 고사리 손의 세상이 있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지하실에 버려진 안젤라의 세상이 있다고. 그는 또 말한다. 그곳은 불붙은 지하철 안에서 온 몸이 불붙은 채 미친 듯 달리는 불쥐들의 세상이라고. 귀와 귀가 부딪쳐 찢어지고 눈과 눈이 부딪쳐 모두 눈이 먼 세상이라고. 그는 묻는다. 우리 모두 서로의 보혈을 핥으며 사랑하면 안 되겠느냐고. 어차피 우리 모두는 건너편에서 훔쳐보는 정체모를 그림자에게 거리 케스팅 당한 존재들 아니냐고.
2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4일 출고 
이영수의 시를 관통하는 것은 여전히 幻夢이다. 나는 그가 끌어낸 이미지들이 일상의 리얼리티로 나타났든 카오스의 상태로 나타났든 결국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모두 환몽, 즉 꿈의 꿈속에서 잠시 본 어른거림에 불과한 것들이니까. 꿈과 생시의 구분이 모호한 일종의 에테르피아! 無限에 가까운 그곳을 ‘깊어지는 건물’ 한 채에 가두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그는 대체 누구일까?
24.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일상에 대한 모독’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박미현의 시집은 제목 그대로 일상을 들여다보고 기록한 시다. 그녀는 나 혹은 <나로 대변되는 타자>의 일상을 훔쳐보고, 뒤집어 보고, 그것을 가지고 논다. 그 놀이의 기록이 그녀의 시라 할 수 있다. 시는 쉽고 명쾌하다. 큰 의미부여를 하지도 않고 화려한 장식을 하지도 않았다. 묘한 안개를 피우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 같은 짓 따위는 더구나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렌즈 속에 들어온 일상들을 단도직입적으로(?) 구분되고 정리되어 시로 탈바꿈한다. 그녀는 하릴없는 일상들 속에서 어떤 것이 더럽혀진 양말짝처럼 뒤집혀져 세탁기 속으로 들어갈 것인지, 포르노 비디오처럼 훔쳐보며 즐길 것인지,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며 놀 것인지 금방 구분할 줄 아는 민첩한 눈을 가졌다. (해설에서 발췌)
25.
그렇다. 그녀의 말대로 삶이란 대절버스를 타고 홀로 떠난 이상한 야유회 같은 건지도 모른다. 그 길에서 그녀가 본 어느 나뭇가지에 ‘나무껍질인 척 붙어사는 얼룩대장 노린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돌인 척, 모래인 척, 숨 참고 시치미 떼고 아슬아슬 붙어사는 강변메뚜기’ 같은 건지도 모른다. 일컬어 ‘것’들이라 명명된 존재들. 살아남기 위해 “나뭇잎에서 나무껍질로 모래로 돌로” 거처를 옮기는 동안 이 “새빨간 거짓말이 참말이 되면 어쩌나” “시치미 떼고 딴청 부리다 온통 들켜버리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다 끝내는 들통이 나고 마는 한편의 블랙코미디인지도 모른다. “3분짜리 한 컷을 찍기 위해” 분장한 채 종일 기다리다 지쳐 죽음의 연기가 진짜 죽음에게 KO패당한 채 ‘NG’로 끝나고 마는 어느 서투른 스턴트맨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대책없는 드라마에 대하여 누가 반박할 수 있으랴. 그저 그녀처럼 “까짓것” 중얼거리며 짐짓 태연한 척 고개 돌릴 일밖에. 그렇다. 그녀의 말대로 삶이란 교도소 담장 안에서 “사형수, 장기수, 무기수들”이 담배 한 갑, 초코파이 하나 걸고 ‘사생결단하는 내기 축구’ 같은 것! 달빛이 자꾸 새끼를 쳐서 수없이 많은 달빛을 낳고 담장 밖에서 불운의 가지 하나가 음흉스레 안쪽을 기웃거리고 그림자들이 끊임없이 생로병사하든 말든, 내게 날아오는 공은 풍선보다 가볍게 뻥 차올려야 하는 일!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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