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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황치복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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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영미소설 명장면 읽기>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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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농경적 상상력과 성스러운 자연 윤정란 시인의 그윽하고 웅숭깊은 단시조의 미학을 살펴보았다. 비약과 생략, 절묘한 비유와 암시를 통해서 압축과 절제, 응축과 여운의 단시조 형식을 달관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농사를 짓는 시인의 일상을 반영하는 농경적 상상력은 전통적인 자연의 의미와 가치를 복원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자연의 섭리에 대한 탐구가 전혀 낡거나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러한 사유가 구체적 삶의 현장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시인의 이러한 농경적 상상력에 의한 자연의 탐구는 ‘오래된 미래’라는 차원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가치와 성스러운 의미의 영역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시인은 소멸과 이별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상처가 삶을 감싸고 떠돌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상처의 힘으로 겨우 버텨내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박호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시적 언어를 통해서 그러한 경계와 간극을 극복하고자 하는 울림이라고 할 수 있으며 들끓는 정동의 흐름을 억누르면서 차분하게 그 과정을 서술하는 담담한 어조가 더욱 감정의 강도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시인에게 역설과 아이러니로 점철되어 견디게 하는 힘이 될 것이며, 조락과 소멸, 이별과 결핍의 현실을 버티게 하는 기제로 작동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독된 사랑이자 해독되지 않은 상처로서의 어머니는 시인에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의미와 가치를 제공하면서 만질 수는 없지만 소멸하지 않는 영원성의 상징이자 시원始原으로 작동할 것이다.
3.
이 시집은 가혹한 운명의 장난에 휩쓸린 삶과 그것을 담고 있는 기억의 과잉으로 괴로웠던 삶, 그리고 수많은 죽음으로 점철된 기억으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가 시인의 자서전적 시의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처럼 팔고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삶은 극적으로 비상하여 운명애와 메멘토 모리의 인생관으로 성숙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그동안 시인을 괴롭혔던 죽음을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바꾸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었다. 즉 무수한 죽음을 넘어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당겨 체험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인식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미래의 삶을 향해 기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증법적 고양의 삶, 혹은 극적 반전과 비상의 형식은 시인의 삶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것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적인 작업의 승리이기도 할 것이다.
4.
박종숙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대부분의 첫 시집이 그렇듯이 이 시집 또한 시인이 시집을 발간하기 전까지 겪어온 과거의 경험들이 집약되어 있다. 그런데 상처 없는 인생이 없는 것처럼, 시인이 겪은 과거의 경험은 온갖 이별과 좌절, 결핍과 부재의 상실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 시인은 다양한 사물과 장소에 새겨져 있는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서 순례를 떠나는데, 그 순례의 과정에서 시인은 시인의 삶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원초적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 순례의 과정이 바로 이번 시집이라 할 만한데, 그렇기 때문에 이 시집의 곳곳에는 지금은 회복할 수 있는 과거의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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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선 시인은 소박하고 순결한 삶의 모습을 시조라는 절제와 응축의 시조 미학을 통해서 구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업을 현대시가 꿈꿀 수 없는 고전적 품격과 절제된 리듬을 통해서 실현하고 있다. 특히 모든 현란한 삶의 장식들을 떼어내고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간결한 형식을 통해서 구현할 뿐만 아니라 현대적 삶의 번다함을 졸일 대로 졸인 단순하고 소박한 원시적 삶의 모습에서 참다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현대시조가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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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부재의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면서도 신산한 삶을 버티게 해주는 자양분으로 기능하는 역설적 기제인 기억은 과거의 아름다운 것들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시인에게 매우 중요한 시적 제재임에 틀림없다. 시인에게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껴 접는 밤])은 새로운 경험의 지평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기억을 아껴 접다가/ 접히지 않는 시간은 어둠 속에 묻기로 해요/ 밤새 접은 파란 심장을 꿈속에 두고 오죠/ 펴고 접고 또 펼친 헐렁해진 종이로/ 새로운 대문을 접을 수 있을까요/ 삐거덕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요”(「아껴 접는 밤」)라고 하면서 기억이 꿈과 환상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기도 하며, 그리운 사람이 그 문을 통해 자신에게 찾아오는 통로가 되기도 하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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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옥 시인은 그동안 시적 관심과 시 의식을 견지하면서도 한층 성숙하고 정제된 시 형식과 작시술을 선보이고 있었기에 이번 시집이 더욱 주목된다. 무엇보다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유가 시인의 시적 세계를 그윽하게 하고 있으며, 더욱 품격 있는 시적 정취로 안내하고 있다. 물론 자연에 대한 관심은 많은 시인들이 지닌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특히 김명옥 시인은 자연이 지닌 이치와 섭리가 어떻게 우리 삶에 통용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성찰하여 그것을 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을 통해 삶의 원리를 추출하려고 했던 전통적인 사유 방식을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8.
이옥 시인의 이번 시집은 얼룩과 흔적, 혹은 잔양과 잔상으로서의 이미지들이 빛을 발하면서 독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옥 시인은 이별과 상실, 소멸과 퇴락의 흔적들을 담고 있는 이미지를 명증하게 묘사하여 그것이 정서적 파동의 진앙점이 되도록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작시술로 인해서 독자들이 짙은 정서적 감염과 길고 긴 여운의 정서적 파동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적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고 탁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시상을 달이고 졸여서 최대한 침묵의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제공하는 짧은 시에서 그 흔적과 잔상의 효과가 더욱 증폭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흔적이나 잔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말하지 않은 언설이자 침묵하는 발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부재를 통해서 증언하는 기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옥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적지 않은 시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흔적의 시학’은 사실 이옥 시인의 특장점을 지적한 명명일 수도 있지만, 시인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시학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눈 속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 그 실체를 추적하는 사냥꾼의 긴장을 독자들이 지닐 수 있도록 이옥 시인이 흔적과 잔상의 시학을 구현해 주기를 기대한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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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향연인 연둣빛의 새순에서 시작된 산에 대한 시편들은 아득하고 그윽한 산의 깊이에 도달하고 있다. 연대와 공감, 배어들고 물드는 생명의 속성을 연둣빛에서 읽어낸 시인은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생명 현상과 그것을 스스로 치유하고 힐링하는 속성을 산을 통해 성찰하고 있다. 에로티즘으로 발산되는 능산적 자연으로서의 생산하는 신적 속성을 산에서 발견하기도 하고, 순리와 이치에 따르는 덕성을 통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산의 미덕을 통해서 깊어지는, 아득하고 그윽한 산의 내면을 발견하고 있기도 하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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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원 시인이 추구하는 세렌디피티의 효과는 이번 시집을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 혹은 경이로운 정동이 꿈틀거리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탐구심이 시적 발상에 생동감과 신선함을 부여하고 있기도 한다. 독특하고 신기한 시적 소재와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적 발상이 빛을 발하고 있으며, 기괴하고 이국적인 시적 공간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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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매우 매혹적아다. 현대사회의 첨단의 문명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 신화적 세계가 틈입해 들어오거나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몽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새로운 리듬의 형성을 통해서 진부한 현실을 갱신하고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는 새로운 현실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의 시는 현실이라는 것이 단순하거나 단선적이지 않고 중층적이고 다채로운 것일 수 있으며, 비현실적의 현실이 엄연히 우리의 삶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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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시인의 심오하고 놀라운 사유의 세계를 더듬어 본다. 사물의 근원에 대한 사유에서부터 언어의 세계, 그리고 파이디아라는 흐르고 머무르는 놀이의 세계를 거쳐 사막이라는 실재계에 도달한 시인의 시의식은 삶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태도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막’은 시인의 시의식을 비약적으로 전환시키고 깊어지게 하는 중요한 계기로 보인다. 이 시집은 ‘사막’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통해 놀라운 사유의 응축을 보여준 시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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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 시인이 서정과 시적 정서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것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신안군의 무수한 섬들이다. 시인의 거주지인 신안군 압해도 신장리의 풍물뿐만 아니라 홍도, 흑산도, 비금도, 임자도 등의 신안군에 자리 잡고 있는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섬의 풍물과 그곳에서의 삶의 모습들이 손에 잡히듯이 실감 나게 묘사되고 있다. 시인이 그린 섬이란 발효와 숙성의 시간이 지배하는 곳이었으며, 인간들 또한 어떤 영역에서 발효와 숙성의 과정이 필요한 달인이 되어가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서로 애틋하게 껴안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기도 했다. 또한 하나의 고립된 소우주로서 섬은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었으며, 그로 인해서 무수한 설화와 예술이 태동하는 은유의 서식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항상 원초적 상태로 되돌아가는 원형적 세계이기도 했다. 따라서 박선우 시인의 이번 시집은 매우 특별하고 경이롭고 매혹적이다. 이것이 이 시집을 주목해야 할 각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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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숙 시인의 작품 중에서 서정적인 울림을 강하게 지니는 작품들은 모두 이러한 회감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시인의 시적 주제나 대상은 대체로 어머니와 관련된 것, 혹은 시간의 축적이 생성하는 서정과 시간의 흐름이 야기하는 상실감, 내면의 풍경을 풍부하게 해주는 외적 풍경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한데, 이러한 시적 대상들은 모두 지금은 사라져버린 과거의 어떤 기억과 추억을 상시시킨다는 점에서 서정적 울림의 동인으로 작동한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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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데, 그동안 시인이 추구했던 시적 세계가 정제된 형식을 갖추면서도 그윽하고 깊은 상상력과 사유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적 발전을 목격할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시인의 시적 세계가 세계의 이면에 숨어 있는 실체와 의미를 발굴하기 위해서 상징이라는 기제를 주요한 수단으로 확보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시인의 상상력은 색(色)의 상징에서부터 만다라의 상징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시적 상징에 경사되는 경향을 보인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상징(象徵, symbol)이란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물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표현, 혹은 그렇게 나타낸 표지(標識)나 기호, 물건 따위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상징은 부호라든가 기호, 혹은 암호 등의 의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상징의 이미지 배후에 무엇인가 실재하는 존재를 암시하거나 계시하는 작용을 한다. 기호(sign)가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것에 한정된다면, 상징(symbol)은 어떤 대상을 가리키면서 그 실재를 드러내는 다층적 의미 구조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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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이효림 시인의 놀랍고도 매력적인 시편들 속에 내재하는 다양한 욕망과 시적 전략, 그리고 그것들을 가능케 하는 사고와 발상의 새로움 등에 대해서 포착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이효림 시인의 시적 비전과 전략은 훨씬 풍부하고 비밀스러워서 우리가 던진 성긴 그물망으로는 세밀하고 정치한 부분들을 다 놓치고 굵직한 대강의 흔적만을 건진 셈이 되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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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일찍이 시를 읽으면 금수와 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되고, 마음에 사악함이 없어진다고 했다. 최서림 시인이 말로 지은 집에는 세상의 온갖 금수와 초목들이 거주한다. 가재, 참게, 모래무지를 비롯하여 산꿩, 다람쥐, 노새, 이서국 농부 같은 순한 일소 등의 물고기와 동물들, 그리고 어치, 뻐꾸기, 재두루미 등의 새들과 개망초, 감꽃, 박꽃, 민들레, 달맞이꽃 등의 온갖 나무와 풀들이 말로 지은 집의 주인들이다. 뿐만 아니라 양털구름, 새털구름과 같은 구름들이 그 집 위를 유유히 떠다니고, 물소리, 휘파람새 소리, 어치 소리, 바람 소리 등의 소리들이 메아리처럼 공명한다. 이 집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들창문이 많아서 집의 내부에는 구멍 많은 세상, 혹은 물렁물렁해서 바스러지지 않는 여러 세상이 각각의 방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집에는 가끔씩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것들, 혹은 높고 외로운 것들만 찾아들어서 상처를 치유하고 휴식을 즐길 뿐이다. 수많은 금수초목과 바람과 숨구멍과 소리들,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풍요로운 세상, “순수해서 불온”하고 “불온해서 순수한” 것으로 들끓는 사악함이 없는 세상, 그들이 발산하는 복욱한 향기가 이 집의 진정한 면목이다. 최서림 시인이 말로 지은 집은 바로 존재의 영원한 본향인 것이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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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하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문장과 언어를 둘러싸고 형성되는 관계는 모든 존재자들의 본질적인 한 양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자들의 관계가 조화와 화음을 이룰 때, 우리는 아름다운 ‘집’의 이미지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는 균열과 간극, 분열과 파탄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러한 관계 양상의 궁극적 원인으로 우리는 상징계적 세계가 강요하는 가면의 윤리학을 만날 수 있었다. 존재와 관계의 다소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성찰하는 김서하 시인의 시적 도전과 모험은 매우 생기 있으면서도 웅숭깊은 그윽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시인의 더욱 성숙한 시적 성찰과 그윽하고 농밀한 파토스를 기대한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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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하고 모험적이고 기괴하고 충격적인 시적 발상과 이미지의 결합, 그리고 비약과 도전을 감내하는 안민의 시적 비전은 충분히 매혹적이다. 특히 천체 우주적인 상상력이 발굴해내는 운명과 윤리, 그리고 음률과 예술뿐만 아니라 종교와 주술들의 주제들은 극지라는 지리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그리고 시원적 시간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하여 어떤 시공간의 극한과 경계를 상정하는 극단적 상상력은 인간과 자연과 문명의 극원적인 형식과 관계에 가 닿는다. 특히 그의 근원적 세계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과 기원의 발견에 대한 고고학적 관심이 아니라 하나의 시적 전략으로서 우리의 삶과 사고방식에 근원적인 혁명을 꾀하고자 하는 계보학적 충동에 추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우리가 앞으로 안민 시인의 시적 행동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들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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