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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유형진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4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시인

최근작
2023년 10월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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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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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창의 두 시인 폐차장이 타올랐다. 여름이었다. 분홍색 스트랩 샌들을 신고 있었던 너, 엄지 고리에 유리 큐빅이 박힌 조리를 신고 있었던 나. 고철이 된 자동차 카시트와 불타는 폐타이어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기둥을 바라보며 우린 호숫가에 앉아 있었다. 소방 헬기가 호수에 두레박을 내려 물을 길어 불타오르는 폐차장 쪽으로 날아갔다. 갑자기 분주한 잠자리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와 불행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어서 우리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위해 항시 대기 중이다. 슬픔으로 시를 쓰는 이영주에겐 이 세상에 시의 재료가 너무 많다. 어떨 땐 너무 고통스러워 그만 쓰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재료가 차고 넘치는데 그것을 썩게 방치하는 것은 슬픔으로 시를 쓰는 시인의 직무유기. “슬픔은 아름답지만 오로지 슬픔만이 아이덴티티가 되면 어린이”가 되니까. 세상이 슬픔만으로 출렁거리지 않도록. 이영주는 신선한 슬픔으로 고급 요리를 해서 삶의 비의를 맛보여주려는 비스트로의 수석 셰프처럼 시를 쓴다. “나의 통증이 건강한 사람을 걱정하는 표시”라는 사실에 대해서 이렇게 담담하고 서늘하게 직시하는 시인을, “다른 사람에게 향해 있는 죽음을 내 쪽으로 끌어와 따뜻하게 감싸 쥐고 잠”드는 시인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영주는 ‘갱도 체험’하듯 시를 몰고 너무 깊은 곳으로 간다. “물고기만 물에 있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어지간한 사람들은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 물고기들에게 ‘공기’의 존재를 전하여 역설적으로 물의 존재를 알게 해주는, 심해에서 형광빛을 보여주는 전기해파리처럼. 짜릿하고 두렵고 신비롭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로 슬프고 아름다운, 거짓말 같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전한다. 구름에서 떨어진 빗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결국 바다로 가는 것처럼. 이영주의 시는 “현실 너머 초과된 세계로 흘러가는 문장”이다. 그래서 계속 더 깊이 들어가볼 수밖에 없고, 그곳에서 본 것들을 그대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누군가 시인의 언어를 은유라 말해도, 이영주에게 그것은 직설이니까. 나는 이영주가 너무 좋지만, 이영주의 시는 이영주보다 조금 더 좋다. 물속에서만 내내 살아서 물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있다면 ‘이영주 시’를 맡아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따뜻한 물(삶)과 서늘한 공기(죽음)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의식이 지금보다 확장된다면, 이 고통스럽고 슬픔으로만 출렁이는 삶의 차원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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