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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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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2개 렌즈로 보는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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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를 바탕으로 한 도덕국가론 이 책은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통과해 온 한 인물의 평생에 걸친 지적 탐구 여정을 담고 있다. 한 인물의 지성사를 통해 일제를 거쳐 해방, 이승만 정권, 혁명, 그리고 유신체제, 다시 전두환 체제라는 반동의 시대를 지나고 민주화를 겪어온 한국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말하자면 격동의 현대사 한가운데 있던 저자가 길어 올린 사색의 우물이자, 사회와 개인이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며 더 나은 세상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관한 학술적 고민을 오롯이 담은 그릇이다. 이 책에는 한국이 유신독재에 신음하고 있던 1970년대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에 유학하는 동안 그곳에서 자유의 바람을 마음껏 누리며,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에 심취한 젊은 날의 열정이 잘 드러나 있다. 감옥 같은 한국을 떠나 세상의 이치를 바닥에서부터 다시 탐구하는 그의 지적 호기심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의 격동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글 가운데 주목할 것은 유교를 바탕으로 한 도덕국가론을 제기한 점이다. 그가 말하는 도덕적 정부는 시민 다수의 행복과 평등을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정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근대화를 도덕적 정부의 수립이라고 감히 힘주어 천명한다, 그 도덕적인 정부는 평등을 실현하고, 그 자신 현재까지 산업화가 추구해 온 물질적인 면의 질 높은 평등을 위해 몰두해야 한다.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 근대화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여러 상이한 조건 가운데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구체화되고 마침내는 도덕적 평등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정부가 최대 다수의 행복과 평등이라는 도덕과 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선을 추구하기 위해 비도덕적일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통찰력이 더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비도덕적 방법에 의한 도덕적 결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덕은 그 자체로 완전하지만 세속의 정부가 이루기에는 너무 어려운 과제이다. 일정한 절차적 정당성만 갖추면 정부는 다양한 통치 방식을 동원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엄연한 현실적 실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유교는 가족의 질서를 국가의 질서로 확장했고, 이는 현대에서 매우 논쟁적인 주제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가부장제적 국가론을 제기한다. “유교는 국가를 교화의 주체로 생각했고 농업사회에서 흔히 보는 생물들의 내부 질서의 연장선상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가족제도로부터 국가 질서(사회 질서)의 이상형을 이끌어냈다. 늘 변함없는 농업적 생산 수단과 그 협업적 특성은 단단하고 협동적인 가족제도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족은 국가의 기본적 구성원일 뿐 아니라 유일한 권위의 원천인 셈이다. 국가 자체가 가족을 본 뜬 것이다. 중국어에서 ‘국가’ 또는 ‘국민’은 ‘국가 가족’ 또는 ‘국민 가족’을 의미한다. 국가는 마땅히 그 국민에게 아버지다운 배려를 보여야 하고, 반면에 국민은 통치자와 국가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 그러니 국가의 눈으로도 효도가 국가에 대한 충성을 앞서는 것이다. 이 점이 유교가 가부장적 가족제도 하에서 더 설득력과 생명력을 갖게 되는 요소이다.” 국가를 가족의 확대로 보는 것은 경우에 따라 권위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는 왜곡을 낳을 수 있다. 국가의 구성원인 시민은 주권자이자 평등한 존재라는 전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적 국가는 시민을 주권자가 아닌, 국가가 선험적으로 정해 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대상으로 간주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유교는 21세기에도 재발견할 여지가 많다. 중국이 문화혁명기에 공자 그리고 모택동에 맞서 쿠데타를 기도했던 임표를 함께 비판하는 ‘비공비림(批孔批林)’을 내세우며 유교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았다가 21세기 들어 재평가하며 유교사상을 전 세계에 전파하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저자가 ‘비공비림이 드높은 가운데 1974 가을’ 논문을 썼던 시기―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던 때는 이제 과거로 흘러가 버렸다. 산업화와 근대화는 당대 한국의 최대 과제였다. 저자 역시 이를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근대화의 경로는 한 가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의 경로가 있었다. 물론 저자는 근대화를 바람직한 상태가 실현된 것으로 정의하고, 그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서술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근대화에는 민주화를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한국 현대사를 산업화, 민주화 순서로 발전해온 역사로 기술하고, 민주화의 조건으로 산업화를 거론하고는 한다. 이런 발전 도식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산업화 이후 민주화라는 단계론적 역사관은 사실 역사적 허구이다. 산업화를 신화화하는 것은 민주화가 실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산업화가 한국적 성공 신화로 남아 있지만 민주화가 없었다면, 산업화는 그 자체로 평가받기는 어렵다. 민주화 없는 산업화는 스탈린주의나 북한의 중공업 중심의 경제 발전 전략처럼 경제 외적 강제를 동반한 억압적 정치체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 현대사에 민주화 없이 박정희 정권 시기의 산업화만 존재했다면, 한국 현대사는 끔찍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 산업화가 성공과 낭만으로 묘사될 수 있었던 것은 민주화의 결과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산업화는 민주화에 의해 사후적으로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저자가 1970년대의 시점에 유교가 근대화 및 산업화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도전적인 자세도 그렇지만, 이 주제를 천착하면서 보여준 태도 역시 놀랍다. 물리학으로부터 시작해 생물학, 유교론, 인생론, 국가론으로 뻗어 나가는 상상력이 거침없다. 열역학, 양자물리학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관심 때문에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한국인 유학생을 찾아다니며 공부하는 열의도 대단하다. 미시 세계로부터 거시까지 통용되는 어떤 질서를 찾으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 마치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평생에 걸쳐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물리법칙을 통합할 모든 것의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매진했던, 실패했지만 세상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이면 한번 품었음직한 그 거대한 기획이 떠오른다. 균형은 죽음이고 불균형은 역동성을 낳으며, 균형과 불균형이 서로 긴장 관계를 이루며 하나의 유기체를 유지한다는 생물학을 중용의 철학에 적용하며, 요즘 말로 학제 간 벽을 뚫고 통섭을 시도하는 점도 눈에 띈다. 유교는 균형을 추구하지만 그 균형의 끝에는 균형 파괴가 나타나면서 재 균형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세상사를 자연의 질서에 유추하는 그의 거시적 접근법도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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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탐욕과 죽음의 공포로 가득한 이 세상의 전복을 꿈꿨다. 이 세상의 한 구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전체에 대한 반역을 꿈꿨다. 욕망의 체계인 자본주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무욕, 절제, 가난을 무기로 정면 대결했다. 사람들이<우리들의 하느님>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 책에는 “함께 일해 함께 사는 세상이 사회주의라면 올바른 사회주의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가난하고 늙고 병든 아동문학가는 이 사회에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버림받고, 병들고 가난한 자가 세상과 잘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그는 매우 위험하고 불온한 사상가였고, 반역자였으며,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혁명가였다. ‘위대한 부정의 정신’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왜 그의 죽음은 인생의 종말이 아닌 평화를 느끼게 할까. 그에게 소멸은 무엇이기에 슬프기보다 아름다워 보일까. 한 줌의 흙, 한 포기 풀과 같이 살았기 때문일까. 그는 “싸움이라는 삶이 끝났을 때라야 평화라는 안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지지배배 짖던 작은 새가 숲속으로 날아가듯 그는 그렇게 가버렸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 전사에게만 돌아가는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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