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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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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선 넘는 한국사>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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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뭉우리돌의 들녘》에는 맑고 차가운 사진이 많다. 러시아와 네덜란드의 매서운 추위가 투명하게 전해진다. 작가는 엄혹한 역사를 견뎌내야 했던 독립운동가의 삶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것은 매섭게, 또 집요하게 파고드는 시린 ‘들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그곳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채 사라져 가는 희미한 이야기를 찾아냈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이야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할머니의 할머니 때 이야기다. 이제 자신이 찾아낸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한다. 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경계를 넘어갔던 독립운동가와 한국사의 드넓어진 공간의 이야기를.
2.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시간을 담은 공간, 역사가 담긴 이야기 김동우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대한민국임시정부 답사 프로그램에서였다. 중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답사로 참여자들은 출발 전에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다. 그때 김동우 작가는 인도 무굴제국의 요새로 알려진 델리의 ‘레드포트(Red Fort Complex:지금은 ‘붉은 요새 복합단지’가 공식 이름이다)’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김동우는 광복군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 이야기에 끌려 독립운동가의 흔적과 그들의 후손을 만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아니, 충격을 받았다. 레드포트는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사 가운데 빛나는 성과를 거둔 ‘인면전구공작대’가 훈련을 받았던 곳이다. ‘인면’의 인은 ‘인도’이며 면은 ‘미얀마’이니 영국군의 요청으로 광복군 9명이 인도와 미얀마 지역에서 활동했던 역사다. 책으로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에도 가볼 생각은 고사하고 진지하게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나를 반성했다. 늦게나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김동우 작가 덕분이다. 역사는 기록의 학문이다. 기억은 기록으로 남고, 그 기록은 역사가 된다. 그러므로 기억이 사라지고 그 기억에 대한 기록조차 사라진다면 역사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기록이라고 하면 우리는 텍스트(text), 그러니까 글자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1898년, ‘만민공동회’에서 천한 대접을 받던 사람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로 밝힌 것만 보아도 글이 모든 기록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 아무리 세밀하게 묘사한 글이라도 1900년대 서울의 모습을 찍은 사진 한 장과는 다른 영역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그림, 그리고 사진 또한 기록으로서 역사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 점에서 김동우 작가의 작업은 예술로 평가받는 영역과는 별개로, 역사연구에서도 중요한 영역을 담당한다고 할만하다. 그의 작업은 근대 이후 우리 역사의 특별한 영역, 곧 이민(immigration)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중국, 이탈리아와 더불어 이민의 규모가 큰 나라였다. 750만 명 이상의 국외 교포를 가진 나라다. 그런데 이민의 규모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힘겨운 역사를 겪었다는 반영이기도 하다. 1902년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로 떠난 공식 이민을 전후해 만주며 연해주, 그리고 미주로 떠났다. 조국에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여긴 사람들이었다. 그런 조국이 국권을 상실할 위기에 빠지고, 마침내 국권을 잃게 되자 국외에 나간 이들은 독립운동의 기지가 되기를 자처했다. 수많은 국외독립운동의 기반은 바로 이들이었다. 다행히 우리의 독립운동과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 광복을 맞이했지만 분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냉전의 정세 속에서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이들은 머나먼 존재가 되고 말았다.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될 위기, 역사를 상실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우리는 봉오동 전투의 홍범도는 기억하지만 그의 무덤은 잊고 말았으며, 안창호를 기억하지만 대한인국민회의 회원들의 삶에는 무지하며, 또 안중근 의사는 기억하지만 그의 후원자인 최재형에 대해서는 희미하다. 이것은 제대로 된 역사에 대한 태도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국토 밖 영역에서 펼쳐진 우리 역사를 사진에 담는 김동우의 작업은, 우리 국민이 신민(臣民)에서 시민(市民)으로 거듭난 3.1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란 역사의 변곡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작업 공간은 인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멕시코, 쿠바, 미국, 멕시코 등 세계 전 영역을 아우른다. 한국사(굳이 이런 구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의 영역이 근대 이후 이민과 함께 넓어진 것을 생각해볼 때, 낯선 공간에 남아있는 희미한 역사의 흔적을 찾는 일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생각게 한다. 현장에 직접 가 보면 좋겠지만 우선 김동우 작가의 눈을 빌리자. 그는 우리에게 그곳들이 어떤 곳이며, 어떤 내력을 가진 곳인지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가 담아온 화면 속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 당신의 이성과 감성을 동원해보라. 사진에 있는 역사 현장, 그 역사 속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당신에게 역사를 보는 새로운 안목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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