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이직할 때마다 무거운 짐을 옮겨 실었다. 도전인지 도피인지 모르는 외줄 타기에서 많은 것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했다. 직진으로만 달려가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느껴지는 부족함과 허탈감을 어떻게든 매워보려고 했다. 그게 돈일 때도 있었고 승진일 때도 있었다.
패션은 가장 사랑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 일에 매달리는 것이 나에게 즐겁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것은 놓아주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해야 하는데 어느새 옆에 붙어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사랑하는 것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관찰자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글은 나에게 또 그렇게 다가왔다. 그 안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려면 잡아당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나답고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언젠가는 나의 미래가 된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생긴다. 현실 안에 굴러가는 내 몸뚱이와 자아를 그대로 놓아두면 나는 어느새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인생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그냥 하다 보면 나의 주파수가 기회를 맞는 시기를 기다리면서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