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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엄봉애

최근작
2024년 5월 <아무튼 제주>

엄봉애

살면서 지금까지 다른 이의 칭찬을 받거나 부러움을 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 전업주부로서 가정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내고 가끔은 꼴 보기 싫은 남편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외에 자랑스러울 일이 없다. 그러다 우연찮게 제주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평생 자신의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남편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거기서는 내가 대장이 될 수 있어, 남편을 골탕 먹이기 딱이었다. 신바람이 나서 자주 제주를 들락거렸다.
더 이상 멋을 부려도 예쁘지 않고, 애교를 부려도 귀엽지 않고, 화를 내도 무서워하지 않자 할 일이 없었다.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나니, 그제야 비로소 재미있는 일, 소중한 일들이 생겼고, 그것은 의외로 큰 기쁨이 되었다. 제주에서 모자람 투성이의 삶을 살며, 가진 것이 많아야 꼭 행복한 것이 아님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언제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것이 바로 내 말이야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세상에서 가장 쉬운 말로 하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서정시학(수필 부문)으로 등단(2011년)
두 아이의 엄마 노릇만 하다가 그림 강사로 활동
지금은 제주에서 돈 없으면 한 달, 여유가 되면 두 달, 세 달 살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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