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돌아 늦은 나이에 나무와 인연을 맺었다. 문화재수리기술자(식물보호), 나무의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천연기념물, 보호수, 노거수 등 큰 나무들을 관리하였다. 인가 주변에 있는 수목들은 대부분 인간의 경제활동에 따른 피해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이를 다시 인간이 관리하여 생기를 불어넣어야 하니 참 난처하기도 하고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직도 여전히 당산목은 금줄을 드리우고 있고 촌로들은 경외심을 지닌 채 치성을 드린다. 신앙으로서뿐만 아니라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고목은 중요하다. 애착을 가진 만큼 그 나무는 친근하게 우리 곁에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반갑고 하는 일이 즐겁다. 오늘도 사다리를 옮기면서 나무에 오른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마음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