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섶을 걷는 이슬처럼
얼음을 뚫고 보송한 솜털을 내미는
버들강아지의 해맑은 출현을 보며
지상의 아름다운 언약들을 상기해본다.
단 하나 초록만의 빛깔로도 마음에
환희의 성城을 세우는 탄생의 신비,
엄동을 건너 피어나는 색채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저 고단한 풀잎을 싱그럽게 하는 것도
그리 크지 않은 물방울이었다.
그런 명상들 속에 섬섬히 수놓았던
백 편의 시를 한 권의 책으로 묶는다.
첫 번째 시집보다 더 떨리는 마음이다.
모쪼록 푸른 잎사귀 같은 감성들을 만나
한 방울 촉촉한 이슬 되기를
알라딘 램프의 요정처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