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생각이 많았다. 『경수주의보』의 소설은 그 무렵에 썼다. 그 무렵 나는 여럿이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럿과 어울려 있을 때는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혼자가 되면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분명 내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않고 있었다. 소설을 쓰지 않는 나를 생각해 본 적 없었으므로 ‘나’와 ‘소설을 쓰지 않는 나’ 사이의 틈은 거울 밖의 나와 거울 속의 너처럼 낯설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곧 회복되리라 믿었다. 틈이 벌어지기 전 예전의 나로, 온전한 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틈을 응시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줄곧 나에게 물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나일 수 없는가?
질문은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은가?’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졌다. 답도 없는 질문은 일상을 갉아먹으며 삶에 대한 고민으로,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덩치가 커졌다.
(중략)
지금 혹시 어두운 터널에 있다면 내 소설이 너에게, 나의 경수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2024년 가을의 시작, 그리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