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다 미술로 갈아탔다. 열정만큼 그림 실력이 없다는 걸 알았고 예고에 뚝 떨어졌다. 그래서 이과를 가고 공대생이 되었다.
대학교에 가서 자료구조와 C언어를 배울 때 이런 걸로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과 경쟁이 될까? 싶었지만 다행히 전공을 살려서 일하고 있다. 남들 따라 청약통장을 만들고 내가 살집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집도 사봤다.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그리고 내가 사라져버렸다. 이대로 계속 살아갈 순 없어서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가만히 누워있기도 했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내가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매일 새벽에 일어났고 1,000일이 지났다.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부자가 되거나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지 않다. 딸이자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이기 이전의 내가 있다. 대단하지 않은 사람, 지극히 평범한 사람, 20년 가까이 출퇴근하는 사람, 그런 나를 가장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에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을까. 나는 나를 더 이해하기 위해서 1,000일 동안 새벽에 일어난 사람이다. 평범하지만 아주 가끔은 멋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