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 처박혀 소설을 썼던 어느 날을 기억한다. 창문엔 커다란 포스터 족자가 걸려 있었다. 그날 나는 머리와 발이 벽에 닿을 정도로 작은 침대에 누워 를 들으며 펄럭이는 족자를 바라보다 황량한 벌판에 가로놓인,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떠올렸다. 어제도 내일도 심지어 오늘조차도 불확실한 시절이었다. 나에게는 그 길이 맞다고 지지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어깨동무할 친구가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용기를 갖고 계속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골몰한 끝에 선택한 길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