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은 어둠을 재촉하지 않는다> - 2023년 10월 더보기 흙 묻은 손을 닦고 이마를 훔쳤다.
덜 씻긴 흙이 햇살에 묻는다.
민들레 꽃씨 하나
지붕 위에 얹어놓은 서툰 바람처럼
너무 긴 호흡에 부끄러움만 남는다.
묵은 것은 덜어내고 설익은 것을 솎아내니
나이테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부터 돋움발을 디뎠지만
흩어진 낱말은 견고한 문장의 벽에 갇혀
그늘이 지워지지 않는다.
언제쯤 햇살은 벽에 기댈 수 있을까.
2023년 가을, 단풍이 오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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