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걷기 칼럼니스트” 요즘 나의 소개에 따라다니는 별칭이다. 전국의 걷기 좋은 길을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을 친구삼아 이야기를 만들고 예쁜 모델이 되어주는 자연을 사진에 담아 작품으로 만들어내다 보니 어느새 이것이 나의 또 다른 직업이 되었다. 길을 나설 때는 부부가 아무리 바빠도 스케줄을 조율해서 꼭 함께 다닌다. 같은 병원에 근무하면서도 쉽지 않던 대화 시간도 늘리고, 병원 생활로는 부족한 운동도 보충할 요량에서다.
신장내과 의사가 되어서 환자들에게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 있다. “싱겁게 드시고 담배 끊으시고 규칙적으로 운동하세요.”, “운동은 시간 되실 때마다 걸어주시면 아주 좋습니다.” 언젠가 여느 때처럼 한가한 주말에 동네 수리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수릿길을 걸어 내려와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가 문득 이런 걷기 좋은 길들을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2010년 9월 순천향 통합의료원보에 첫 걷기 칼럼을 시작하였다. 그 이후에 ‘함께 걸어 행복한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연도 하고 작품 사진으로 환우분들을 위한 힐링갤러리도 열었다. 2016년부터는 작품 사진으로 탁상달력을 만들어 환우분이나 지인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있다. 지금까지 부부가 걸었던 길을 정리해서 책으로 내는 것이 우리 부부의 희망 사항이다. 이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2020년에는 탁상달력에 실린 길들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만들어 달력과 함께 배포하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을 미루고 2023년 새해가 되면서 올해는 꼭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자는 결심을 했다. 우선은 지금까지 걷기 칼럼을 위해 다녀오고 글로 만들었던 120여 개의 코스를 정리하는 것이다. 정리된 120개 중에서 전국의 위치를 고려해서 골고루 분포하도록 70개 코스를 엄선해서 책에 담기로 맘먹었다. 글을 정리하면서 맞닥뜨린 일은 각 코스를 설명해 주는 지도를 그리는 것인데 고민 끝에 그림판 프로그램으로 마우스를 써서 시도해 보았는데 나름 성공적이다. 선정된 길을 대표하는 사진을 코스별로 신중히 골라서 70개의 길은 완성이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꽃이나 나무 이야기, 또는 의사라는 나의 직업을 고려해서 건강 상식을 담는 것으로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출판을 위해 출판사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박상흠 교수님이 선물로 주신 책의 출판사가 눈에 들어왔고, 이곳이 대한투석혈관학회 책을 발간한 우리에게 익숙한 출판사임을 알았다. 멋진 책으로 완성되기까지 헌신의 노력을 해주신 영업부의 김호암 과장님과 편집부 신은주 실장님, 서선영 과장님, 황인애 대리님, 박지아 주임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글이 만들어지기까지 늘 함께 해준 아내 이유경 교수와 가끔씩 동반자가 되어주신 두 어머님, 현진이와 형철이, 병원 교직원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며 출판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
2023년 9월
순천향대학교부속 부천병원 신장내과 김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