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는다.
첫 시조집 출간이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동안 가던 길을 멈추고 분야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을 전공하고서 히브리어 성경 말씀을 가르치며 20여 년간 몸담았던 목회를 마무리할 즈음에 가정의 기둥으로 의지해온 남편의 갑작스러운 소천으로 수년간 건강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병마에서 벗어나고자 취미 생활을 찾다가 시조를 접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시편을 공부할 때 성시를 써본 경험은 있으나 시조와 같이 문학적인 글쓰기는 처음이다. 조금씩 배우며 우연한 기회에 제5회 원천석 전국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조 시인으로서 낯선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역시 쉬운 길은 아니다.
시조는 감성과 지성이 없이 쓰기는 매우 어려운 글이다. 어느 주제를 쓰기 위해서는 본질과 생각, 느낌 등이 시조의 자료가 되고 그런 시조의 자료를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게 구체화하고 입체적으로 형상화해야만 좋은 시조가 되는 것이다. 어떤 사물의 이면에 있는 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내재된 감성을 깨워내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시조는 형식이라는 제한된 틀 속에서 간결하고 함축되어야 하는 예술이므로 더욱 어렵다.
이러한 어려운 작품을 과연 제대로 엮어냈는지 두렵기도 하다.
늦은 나이에 틈틈이 써온 졸작을 한편씩 모아 독자들에게 책으로 선보인다는 것이 부끄럽고 조심스럽다. 이번 첫 시조집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성 시조를 다시 한번 출간해 보고자 한다. 부족한 시조를 검토해 주시고 추천해 주신 총신대학교 정규훈 교수님과 평설을 작성해 주신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이석규 박사님께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23. 8.
원주 치악산 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