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무늘보나 팬더로 태어나지 않았는지 의아한. 이왕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최대한 하고 싶은 걸 하며 살려 한다. 주로 먹고 자고 읽고 쓴다. 8년간의 습작기를 지나는 동안 여섯 편의 장편과 네 편의 단편을 완성했다. 그중 네 번째 장편인 『해녀들: seasters』로 2022 자음과모음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을 받았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한다.
월정리, 세화리, 하도리…… 이름도 어여쁜 곳을 느릿느릿 돌던 어느 날 제주해녀박물관을 발견했다. 해녀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관심이 있었던지라 한번 들러나 볼까, 하고 들어갔다. 전시관 입구에는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과 해녀들을 재현한 대형 디오라마가 있었는데 그걸 본 순간 나는 발을 떼지 못했다. ‘맞닥뜨렸다’고밖에 할 수 없다. 어떤 결정적 장면과 맞닥뜨린 기분.
남은 여행길에서 내내 한 가지 생각을 했다. 해녀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쓰고 싶다고, 써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