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낯선 동네로 이사를 갔습니다. 새집에서 대여섯 마리의 고양이들과 자주 마주쳤습니다. 전에 살던 할머니가 고양이 사료를 주셨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이 집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듯 고고한 모습이었고 저는 주눅이 들어 고양이들 눈치를 살피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노랑 고양이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노랑 고양이를 알아보고, 노랑 고양이를 생각하고, 노랑 고양이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노랑 고양이는 집에 들이면 힘들어했기 때문에 야외에 사료를 두고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다행히 비가 오면 그곳에서 지내 주어서 저는 매일 비가 오기만을 바라기도 했습니다. 노랑 고양이가 하루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았습니다. 남의 집 담벼락이나 차 밑에 노랑 고양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돌아설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예민해졌고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노랑 고양이를 알기 전의 제가 보았더라면 정신이 나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
노랑 고양이는 이제 없고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습니다. 지금의 고양이들과 함께 놀다 보면 노랑 고양이 생각이 자주 납니다.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노랑 고양이와는 다른 형태로 지금의 고양이들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노랑 고양이에게 너무 커다란 마음을 주어 버려서 다른 존재로는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생겼습니다. 지금의 고양이들과 보내는 일상은, 그 구멍을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저를 스쳐 간 수많은 이별과 만남에 대해 아주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살아가기도 한다는 것을, 저는 고양이들을 통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