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끊임없는 억압과 저항 속에서 이어져온 조선학교 교육의 역사이자 그 역사를 만들어 온 재일조선인의 투쟁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다양한 사료를 폭넓게 수집․검토하며 조선학교 교육의 형성 과정을 밝히고 이러한 조선학교 교육을 탈식민화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사회 구조, 제도, 그리고 인간 행위 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시간이 흐르며 전개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조선학교의 형성과정을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 책에 따르면, 조선학교 교육의 역사는 학교교육이라는 제도를 통해 식민지배에 의해 빼앗긴 조선인성을 회복하고 ‘떳떳한 조선사람’이 되기 위해 행해진 여러 가지 도전, 노력, 시행착오의 과정이다. 특히 기존의 조선학교에 대한 연구들은 운동사의 시각에서 투쟁의 모습과 과정을 재현해냈다면, 이 책은 왜 재일조선인들이 그러한 투쟁을 했는지, 투쟁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혹은 만들고자 했던 교육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시기적으로 1950-1960년대 조선학교 교육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의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 사회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 책의 학술적 실천적 의의가 매우 크다는 사실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자들이 속해있는 한국 교육학계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아니,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학계의 범위를 넓힌다고 하더라도, 조선학교의 교육사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게 될지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조선학교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하고,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선학교는 일본의 교육정책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재일조선인들은 투쟁과 창조의 과정을 거치며 조선학교의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무서운 일은 아마도 조선학교가 우리의 삶과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영호 교수의 이 책은 조선학교 교육을 위한 가장 실천적인 연구이자 투쟁의 방편일 것이다.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도 조선학교를 이해하고 함께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이 책은 더 빨리 한국에 소개되었어야 마땅하지만, 역자들의 부족함과 게으름으로 인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 오 교수에게 한국어 번역을 제안했을 때만해도 빨리 조선학교의 교육사를 세상에 소개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학교에 대해 알기를 바랐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은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박사과정인 박혜경 선생의 노력이 매우 크다. 처음 이 책을 갖고 역자들이 세미나를 시작할 때부터 원전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한국어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 작업 기초를 다져주었고, 이후에도 번역, 윤문, 그리고 출판사 연락까지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하였다. 또한 교육학계의 관심이 크지도 않고 대중적인 서적도 아닌 이 책의 출판을 허락한 박영스토리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저자인 오영호 교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귀중한 이야기를 역자들이 한국어로 번역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번역본의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감수해 주었다. 혹시 남아 있는 오류가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대표 역자의 책임이다. 이후에도 역자들과 함께 학문과 실천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22년 10월
역자를 대표하여
박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