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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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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이명연

집에서 멀지 않은 대학 국문과를 지원했는데, 잘 안 돼 재수를 했다. 햇수로는 8년이 걸린 4년도 잘 안 돼 대학원에 갔다. 어처구니없게도 시를 쓰기 위해. 한참 뒤, 운 좋게 시로 등단했고, 그보다 더 한참 뒤 ‘산문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는 20년 남짓, ‘말하기’와 ‘글쓰기’를, 주로 대학 신입생을 학생 삼아 가르쳤다. 등단했지만 자질은 옅고 천생은 게을러 시집은 아직 없다. 공부가 직업이지만 공부보다는 주로 고민을 한다. 시와 시 아닌 것의 차이 혹은 사이에 관해. 가끔은 ‘고드름의 온도’나 ‘벚꽃의 주저’ 같은 것에 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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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 2022년 10월  더보기

7년 전,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온 날, 〈동사서독〉을 다시 봤다. 보며, 시를 좀 더 힘껏 써야겠다 생각했고, 보고 나선 시집 한 권 정도는 묶어야겠다 다짐했다. 아마도 중학교 1학년(그렇다, 아마도다. 어찌, 어쩌자고 크고 중요한 일은 더 기억을 못 하는지). 학교 백일장 장원이 시작이었다. 시였는데, 내용은 기억에 없다. 아마도 중학교 2학년. ‘원시인’이란 별명의 국어 선생님이 ‘놈, 공부 좀 하는 줄 알았더니……’라 말했을 때, 어처구니없게도 문학 공부를 결정했다. 70점을 채 못 받아 엉덩이를 맞으면서였다. 시를 선택하게 된 건 더 어처구니없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 때문이었으니. 시도, 공부도 지지부진. 시를, 공부를 피해 영화로 숨었다. 하루 서너 편, 많은 날은 네댓 편을 봤다. 책도 사들였지만, 읽은 건 시나리오 작법 두어 권과 타르코프스키의 『봉인된 시간』 한 권. 그렇게 십여 년을 보냈다. 2년 전, 시로 긍긍하던 하루, 〈동사서독〉을 다시 봤다. 보며, 우선 저 얘기부터 쓰자 생각했고, 보고 나선 다른 영화 얘기도 써보자 다짐했다. 보다 한참 전, 그러니까 10년쯤 전 처음 심중에 들이곤 문득문득 꺼내 되새긴 그 다짐을 다시, 비로소. 다행히 그 다짐이 이번엔 지켜져 이 책이 나온 것인데, 시집이 아닌 것은 조금 부끄러우면서 못내 아쉽고, 영화에 관한 책인 것은 사뭇 공교로우면서 적잖은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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