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는 것이 아니라
침잠하는 용도로
바람을 모신 시간이었으므로
시 쓰는 일은, 가라앉은 밑바닥을
다시 띄워 다듬는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
언뜻 혹은 간간이 외로웠다.
그러나 그대 또는 시,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하는
페러렐 레일(parallel rail) 같아
간극을 없애면 한 점으로 수렴하고
급기야는 멈춰서 버린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눈물 한 방울 끝에 매달려 나오는
눈썹 같은 언어를 쓰다듬는 일,
그걸 그만둘 용기는 없다.
으깨진 꽃잎에 향기를 바르듯
외롭다는 의미를 이제 간신히 알 것 같은데
날은 벌써 저물고 있다.
탕진한 세월에 용서를 구하듯
두 번째 시집을 낸다.
2023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