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차 경찰. 서울경찰청 ‘최초의 여성’ 감찰조사계장직을 지냈다. 처음 경찰이 되었을 때 서울의 여성 경찰관의 수가 채 100명이 되지 않음을 알고 놀라던 기억이 생생하다. 삶에 문제가 생기면 늘 책에서 답을 구하는데 여경들의 문제는 여성학이나 경찰학,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2017년 ‘경찰 젠더연구회’에 참여하면서 여경들과 함께, 직접 그 답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자’, ‘여교사’, ‘여류작가’와 같이 모든 직업에 ‘여성’을 의미하는 접두사가 붙을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 차별적 의미를 알기에 쓰임이 줄고 있지만, 유독 ‘여경’이라는 단어도 사라지지 않고, 혐오는 넓게 퍼져간다. 이 책에서 ‘여경’을 대체하는 말을 찾고 싶었으나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 한편으로는 여성 경찰관의 현실을 보여주기에 ‘여경’이라는 단어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여경들이 쓴 이야기이지만, 모든 경찰관의 이야기이고, 민원인의 이야기이고, 동시대를 사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이 경찰 그리고 여성 경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여경’이라는 단어가 혐오의 의미로 쓰이지 못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 인종, 경제력, 나이, 외모, 장애, 소수자 등 수많은 차별에 대해, 혹 우리 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차별의 모습은 없는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평등을 지향할 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존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