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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김종은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4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14년 3월 <부디 성공합시다>

김종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신선한 생선 사나이』 『첫사랑』, 장편소설 『서울특별시』를 출간했다. 오늘의 작가상(2003)을 수상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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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

저자의 말

<부디 성공합시다> - 2014년 3월  더보기

나이가 쌓였다. 폼 나게 살고 싶었다. 고교 시절에 체육 선생보다 몸도 좋고 운동도 잘했던 물리 선생이 있었다. 물론 물리 쪽에도 더할 나위 없이 훤했다. 그래서 그를 강인한 육체에 과학적 사고까지 겸비한 인간의 완전체쯤으로 여기고 반짝이는 눈으로 우러러봤던 시절, 잊고 있었던, 폼 나게 살자고 마음먹었던, 그 시절이 가을처럼 다가온 것이었다. 스포츠의 팔 할은 폼이야. 완전체의 교시를 철썩 같이 믿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폼 잡는 데 있는 힘 다하느라, 누가 뭐래도, 그렇게 살았고, 돌아봤더니, 속절없이 쌓인 나이만 보이는 그래서 조금 외로운 그런 가을과 눈이 맞은 것이었다. 안녕, 하고 인사하지 못했다. 뭘까, 싶어 고개를 숙였다. 바꿔보려 했었다. 바뀌는 쪽보다 바꾸는 쪽이 누가 뭐래도 폼 나니까. 바꾸는 것과 바뀌는 것 사이, 그 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정수리에 머리카락이 비고, 귀 옆으로 흰 머리칼이 생긴 줄도 몰랐다. 무성하게 푸른 나뭇잎을 단 한여름 나무 같던 시절이 이미 끝났는데 바꾸기는커녕 바뀌지도 못해 외로움이 남은 것이었다. 돌이켜 보니, 생각만 했고, 문득 아이 하나 낳은 것 말고 한 일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는데, 아뿔싸, 그것도 아내가 낳았지 내가 한 일은 없다. 이것 참. 돌다 보면 제자리인 시계가 이제는 완전체처럼 보인다. 돌고 돌아 거기서 거기, 시작하면 어느덧 끝이다. 뭐가 뭐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세상이 변하는 것 같지만, 수첩이 컴퓨터고, 편지가 스마트폰이고, 아버지는 아들이고. 뭐 그렇게. 내 고교 시절의 물리 선생보다 열 배는 더 공부했을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 대자보를 쓰는 이 시절이 그래서 많이 아프지 않다. 그것도 꽤 멋진 폼이다. 박수 치고 싶다. 바뀌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은 기억뿐인 아버지와 대책 없이 아버지가 되어버린 나와 언젠가 아버지가 될 가여운 아들까지, 우린 다 가을이었고, 가을이고, 가을이 될 테니까. 돌고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왔다면 그것도 성공 아닌가. 가을이 뭐라고 외롭나, 그래, 바람은 더 불겠지, 더 추워지겠지, 그래도 견디다 보면 어디에선가 또 푸른 잎이 돋겠지. 글 쓰는 게 뭐라고, 철부지 소년처럼 어디든 겅중겅중 뛰어다니기만 한 시절을 나도 마무리해볼까 한다. 견디고 있는, 곧 푸른 잎이 될 이들에게 ‘포스가 함께하길’ 빌어줄 수는 있겠다. 돌고 돌아 거기서 거기인 글을 담아준 문학과지성사에 고맙다. 언제고 이 마음을 돌려줄 수 있길 바란다. 보답이야말로 진짜 폼 나는 거니까.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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