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상류지역 전라도 방장산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무등산과 불암산 기슭에서 공부하고 수련하였으며 광덕산, 용화산, 추월산, 심학산, 북한산, 방태산, 임진강 등에서 나라 지키는 일에 젊음을 바치고, 전역 후에는 대학에서 학생들과 공부하다가 현재는 계룡산 기슭에서 독서와 취미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 전쟁 휴전 직후 시골에서 어린 시절과 기나긴 군 생활을 지내 오면서 보람 있었던 기억과 기록을 정리하여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고, 남은 삶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고 싶은 충동으로 펜을 들었다. 6남매 중에 넷째로 태어나서 부모님의 각별하신 보살핌으로 외롭지 않게 자라 왔으나, 어린시절 꿈이 없다 보니 정신 차리지 못하고 그럭저럭 학교생활 했던 것이 대학진학에 발도 못 붙이고 낙방이 되어 우왕좌왕 하는 신세가 된다.
고교 졸업 후 시골에 내려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기도 하고, 어울려 다니며 놀기도 하고 방황도 했다. 이러다가 ‘커서 내가 뭐가 될 것인가? 농촌 일꾼이 된다? 대학 생활은 못 해 본다?’ 이때 정신이 번뜩거리면서 ‘대학을 어떻게든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굳히고 산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집안 형편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부모님 부담을 덜어 드리면서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6개월간 친구도 멀리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독학에 전념했다. 공부를 충분히 하면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목표를 정하고 오직 입시준비에만 집중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몰입해 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병무청에 원서를 접수했다. 나의 형편에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급하게 결정했던 것인데 다행히 합격이 되었고, 그렇게 해서 태릉에 있는 육사에 입교하게 된다. 자력으로 대학을 입학했으니 이것이 나의 인생에서 첫 번째 성공인 셈이다.
육사의 생도생활은 나에게 쉽지 않은 난관이었다.
촌놈에게 준비되지 않은 새로운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간성(干城)이 될 수 있다는 선배들의 말에 희망을 걸고 꾹 참고 이겨 내면서 열심히 단련했다. 능력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많이 배우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 목표였다. 결국 해냈다. 1977년 영예로운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했으니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성공인 셈이다.
육군소위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전방에 배치되는 날, 너무나 신이 났다.
후회없는 군생활, 인정받는 장교가 될 것을 다짐했다.
야전에서 묵묵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 이사를 스물한 번, 우여곡절도 많았고 과로로 병원수술도 두 번이나 하면서 정말 힘든 고비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았던 결과 2003년에 장군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나에게 과분한 선물이었다.
군 생활 마지막 보직은 육군 리더십 센터장이었다. 군의 리더십을 연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지나온 과거를 성찰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유익한 기간이었다. 여기서 군 생활을 명예롭게 마감하고 전역한다. 전역했으니 새롭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역할을 찾아 망설이던 중, 대전의 어느 국립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본인의 소망이었기에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국립 한밭대학교에서 안보학 교수로 임명받던 날! 이날은 내 인생에서 새로운 출발이었다.
지난 군 생활과 퇴역 후 생활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내가 뛰어난 재주도 없고 부족한 점도 많았는데 군생활을 명예롭게 마치고, 군문(軍門)을 나와서는 대학에서 교수직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육사시절에 익힌 사관생도 신조를 늘 명심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편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노력해 온 과정을 ‘긍정의 사다리’ 라고 부르고 싶다.
- 지금도 늦지 않다, 하면 된다, 목표 설정, 포기는 없다 -
지금은 계룡산 자락에서 텃밭을 가꾸며 취미생활도 하고 가끔씩 안보와 리더십분야 초빙강의를 다니고 있다. 전역 후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은 내가 소망했던 소박하고 안락한 곳이다. 또 하나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본인에게는 큰 행운이 있었고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았다. 열심히 내조해 준 사랑하는 가족과, 존경하는 선배 및 동료·부하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나온 날들 중 너무나 감사해야 할 일이 많다. 미흡한 상태에서 아는 척했던 수많은 순간들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용기를 냈다.
리더십 센터장과 대학교수를 하면서 공부했던 자료들을 지난 군 생활과 엮어서, 리더와 팔로워로서의 체험 스토리로 정리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긍정적 생각과 셀프리더십으로 극복하면서 정진해 왔던 그동안의 체험 사례를 부분적으로 제시 하였는바, 후배들의 긍정에너지와 용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이 만들어지도록 도움을 주신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계룡산 기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