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이란 공간은 제가 어릴 적 잠시 살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종종 머물렀던 지역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취재를 위해 여러 번 찾았고, 탈고할 때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완성하고 모텔 방 밖을 나왔을 때, 지음은 실제 그곳과 전혀 달랐습니다. 당연하게도 지음은 기억과 상상, 실제의 요소들이 뒤섞여 재창조된 가상의 공간입니다.
이 소설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휘몰아치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쓰였습니다. 지음은 탄광 위의 도박장, 그러니까 산업화 시대의 기반 산업 위에 올라탄 투기와 유흥 산업의 기이한 구조, 침체된 상황에서도 투자 활기만은 넘쳐나던 팬데믹 당시의 사회 분위기, 그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승일로의 위태로움을 반영하는 동시에 환기하려고 만든 공간입니다. 다만 그러함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러함에도 끈질기게 제 길을 찾아 나아가는 생명력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하늘이라는 아이와 더불어 지음이라는 땅입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깊게 연결합니다. 이 책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음을 믿고, 그 이야기를 발견하고 사랑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