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을 향한 화려한 탈피
‘여자로서 이대로 끝나고 싶지 않다’는 중년 여성의 초조함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러 남성을 전전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환상의 세계. 그런 의미에서는 중년 여성의 성장 소설이라 할 수도 있다.
이십대는 사랑하기 위해 살지만 사십대는 살기 위해 사랑한다고 한다. 주인공의 성적 방황도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자유에 대한 갈망과 외로움, 연애. 그 순환의 끝은 어디일까.
작가는 《천사의 알》과 《천사의 사다리》, 그리고 나오키상을 수상한 《별을 담은 배》로 국내에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작가의 기존 작품들은 대개 가족애나 순수한 사랑을 다룬 감성적인 소설이었다. 실제로 이전에는 문장에 ‘젖꼭지’라는 단어조차 쑥스러워서 쓰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랬던 작가가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 흔히 탈피로 표현되는 작풍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작가로서의 삶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작품이라 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작품으로 ‘2009년에 중앙공론문예상’과 ‘시마세연애문학상’, 그리고 ‘시바타렌자부로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니 일단은 탈피에 성공한 셈이다. 이제 화려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