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사춘기 아이의 엄마이다
코로나와 함께 국경도 닫히고 아이의 방문도 굳게 닫혔다.
어떤 아이에게는 언제 왔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사춘기일 수 있다. 내 아이에게는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큰 성장의 고통으로 다가왔다. 어려서부터 예민하기는 했지만, 배려심 많고 속 깊은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걱정 많은 엄마에게는 너무도 낯설고 두려운 시간이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를 유독 혹독하게 앓고 있는 아이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도 방문과 함께 굳게 닫힌 아이의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의 방문이 닫혀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은 높아져만 갔다.
아이의 첫 번째 사춘기는 난생처음 감정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낯선 도전이었지만 오랜 세월 나만의 고집스러운 육아의 틀을 벗어나 감정코칭형 부모로 거듭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추려 했던 부끄러운 엄마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성장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전문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면서 나름 감정코칭형 부모로서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자신감은 두 번째 사춘기와의 만남으로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남은 것은 오직 자만과 오만으로 똘똘 뭉친 나의 추한 민낯뿐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던 감정코칭법이 진실한 마음으로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식의 자랑거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와 길고 깜깜한 사춘기 터널을 다시 통과하면서 진정한 감정코칭법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아이와 소통하는 것이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방법을 찾아 나가게 되었다.
부모가 자기 생각을 배제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기는 쉽지 않다. 감정코칭을 공부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나와 아이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굳게 닫혀 있는 아이의 마음을 진실하게 봐 주는 힘은 나를 변화하게 했고, 그 변화의 힘은 또한 아이를 서서히 변화하게 했다. 오로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을 위해 시작한 감정 공부가 나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발전해갔다.
낯선 사춘기 덕분에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감정 공부를 시작하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나의 감정과도 마주하게 되었다. 한동안 회피하거나 무시했던 나의 감정과 마주하는 시간은 아프기도 했지만 행복했다. 나 자신에게 여유가 생기니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 또한 생기는 것이 놀라웠다. 이렇게 나의 감정을 알아간다는 것이 마음의 여유로, 나아가 감사함으로 이어졌다. 여러 힘든 과정들이 있었지만, 아이의 사춘기 또한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감정을 마주하다 보니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감정과 싸우다 보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천천히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예전처럼 두렵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사춘기 엄마의 감정 공부’는 사춘기 아이와의 힘든 시간을 통해 행복한 엄마로 성장하는 여정을 그린 책이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아이가 어떤 문제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실천형 감정코칭법을 단계별로 담고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통해 아이와 함께 행복한 엄마로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이의 사춘기가 곧 엄마의 사춘기이기도 하다. 사춘기는 어린아이가 아닌 이제는 한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시기이다. 감정 공부는 아이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엄마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길이기도 하다. 감정코칭형 엄마로 자녀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힘든 시간이라도 흘러가게 되어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언제나 깨달음을 선물하고 간다. 그 깨달음이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은 행복하다.
매일 같이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사춘기 아이와의 시간이 고통이 아닌 자신을 알아가고 행복을 선택하는 기회의 시간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