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모퉁이를 돌고 또 돌아 이제 저만치 끝자락이 보이는 지점에 섰다고 생각하니 지난 시간들이 하나 둘씩 되짚어집니다. 흘러버린 빛바랜 기억들을 들춰보면 아리고, 그늘지고, 험한 자갈길 같은 날들이 많습니다.
결코 쉬운길이 아닌 그 등굽잇길. 그 길을 가다가 광대가 줄을 놓아버린 것처럼 아득하니 절망스럽고 힘겨운 날이면 아픔을 삭이지 못해 연필을 들어 그것들을 백지 위에 풀어냈습니다. 그 행위는 작은 내 영혼의 정화작업이었고, 그렇게 지난 시간 속에 온전히 빠져들어 있을 때는 그 모든 아픔과 힘듦에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를 찾으려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픔에 겨워 수북이 뽑아낸 행간에선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의 보상처럼 어둠은 서서히 걷히고 한 가닥 따사로운 햇살처럼 삶의 의미가 되살아났습니다. 그렇게 옹이진 자리에 아프게 피워낸 연두 잎을 모아서 벌써 네 번째 책을 내게 되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글입니다.
이번 두 번째 시집 ‘너의 하늘에 손톱달로 뜨면’ 역시 찢긴 가슴의 조각들을 옮겨놓은 시린 글들이지만 이 책에 머무르는 이의 가슴에선 한 포기 여린 풀꽃 향으로 남겨지기를 바람해 봅니다.
2014 봄, 햇귀가스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