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한 단편소설에는 구두수선장이가 등장하는데, 가난해서 지하실에 살고 있는 그의 눈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등만 겨우 내다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행인의 발등만 보고도 그 구두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담박에 알아낼 수 있었다. 인도를 보는 내 시계도 지하실에서 내다보는 바깥세상처럼 한계가 있을 테지만 그 구두수선장이처럼 부분을 보고 전체를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나는 결국 내가 보고 내가 이해한 대로 인도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이 그리스 이래 지속되어온 '신비한 인도', 조지 오웰이 말한, '인도라고 불리는 강력하고 사악하며 신비한 여신'에 대한 믿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밝혀야겠다. 또한 인도를 서양의 물질주의에 대응하는, 동양의 지혜와 정신을 간직한 땅이라거나 만나는 사람마다 성자이고 가는 곳마다 성지인 '경이의 나라'이자 꿈과 같은 상상의 세계라고 여기는 낭만적인 관점에도 동조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