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학교를 떠올리면 언제나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행복한 놀이를 했다. 세상 근심 하나도 없는 아이가 놀고 있었다.
봄이 되면 앙상한 나무는 놀랍게도 연둣빛 싹을 내고 잎을 내고 가지를 뻗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큰 그늘을 내어 주었다. 항상 그 자리에서.
나는 55년 학교를 다녔다. 학생으로, 교사로 그렇게 학교를 맴돌았다. 이제 학교를 졸업하려 한다. 내 인생의 중심이 되어 온 학교는 나를 나무처럼 키웠다.
어린줄기는 어느새 가지를 뻗고 울창한 나무가 되어갔다. 반백 년 세월 동안 나무는 수없이 많은 잎을 만들었고, 그늘을 만들었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제 나무에게 이야기 좀 들려 달라고 하자. 나무는 드문드문 기억을 더듬는다. 오래전 이야기는 오히려 더 생생하다. 오래 품어온 만큼 간절하다. 어쩌면 아무에게도 뱉지 못한 비밀이야기도 있을 법하다. 하다 보면 수다쟁이가 될 것이다. 이야기 봇물은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테니까.
10년 단위로 이야기를 풀어 보려 한다. 연둣빛 둥지에서 찬란한 봄빛을 받아 더 단단하고 푸르게 자라온 이야기들. 큰 나무는 아직 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번쯤은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내고 싶겠지.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그도 이제 자리를 옮겨야 할 때다.
조금 두려운 마음도 아쉬운 마음도 모두 접고 떠나자.
너무 오래 버티고 있었는지도 몰라.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
라떼는 말이야……
꼰대라고?
그래도 누군가는 귀 기울이는 친구가 있을지도 몰라.
나무는 자신을 흔들어 주는 바람의 손길에 감사하며
용기를 내어 본다.
이제 한 아이가 학교를 통해서 자라난 이야기를 들려줄게.
도란도란
소곤소곤
귀 기울여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