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흩날리고 싶은 미혹한 사람”
저에게 소설이란 때론 아름답고, 때론 고단하고 남루했던 지난 시간의 흔적입니다. 문예지 등에 발표하여 흩어져 있던 흔적을 하나로 엮었습니다. 소설 쓰기 5년 만에 첫 작품집입니다. 『누가 환유를』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안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소안을 찾아 헤매는 시경, 이룰 수 없는 꿈 한 자락 잡고 안간힘 쓰는 영주, 성장기의 상처를 소설로 치유하는 준희, 자메이카라는 꿈을 머리에 화관처럼 두르고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리나, 거친 세상과는 눈 가리고 귀 막고 살면서 마음에만 부채의식이 가득한 연희, 자신의 꺾인 날개를 아들딸에게 보상받고 싶어 스펙 쌓기에 매달리는 희경, 단순 소박함을 삶의 좌표로 삼은 정우와 소연, 마음에 북녘의 지도를 품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은수, 달팽이처럼 바다를 향하여 끊임없이 기어가는 윤달은, 길모퉁이를 돌면 바로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을 것 같은 나이고 당신이고 우리입니다. ‘거울을 짊어지고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다면 함께 꽃잎처럼 흩날리고 싶은 미혹한 사람들입니다.
그 길모퉁이에서 만난,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많은 분께 감사를 보냅니다. 특히 출간을 준비하면서, 뜨거운 여름의 태양 에너지를 모두 끌어모아 퇴고한 중편소설 「빛의 소멸」이 직지소설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빛의 소멸」도 곧 독자와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받은 과분한 관심과 소중한 격려를 기억하며 내일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전 ‘아직도 미혹’ 하지만 제가 받은 빛의 에너지가 독자들에게 감동으로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