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나드는 장기 여행자로 살다가 지금은 정착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손바닥에 매달려 있는 다섯 손가락 같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존재들에 관심이 많다. 『장벽을 넘는 법』을 독립 출판으로 만들었다. 『국경』으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로 제27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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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월을 배낭여행자로 산 적이 있다. 내가 처음 두 발로 걸어서 넘은 국경은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이었다. 국경 검문소에서는 여자와 남자가 따로 줄을 섰다. 국경을 넘자 여자는 버스 뒷문으로만 타고 내릴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누군가 나에게 돌을 던졌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자가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앙이다. 나라와 나라의 경계를 넘는 동시에 힌두와 이슬람, 종교의 경계를 넘은 것이 실감 났다. 똑같은 사람들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 파키스탄과 중국 사이에는 해발 4,800미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 검문소가 있었다. 파키스탄과 중국의 경계는 K2 봉우리만큼이나 날카로웠다. 그 국경은 인종의 경계였다.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이 인도인에서 동아시아인으로 바뀌었다. 분단된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 온 나에게 걸어서 국경을 넘었던 일은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여행을 멈춘 지 20여 년. 그림책 《국경》을 위해 수십만 장에 이르는 사진 자료를 수집하면서 아주 오랜만에 여행자 신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국경》을 보면서 독자들도 잠시나마 세상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 보기를, 우리 모두가 다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