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정년퇴직 10년차.
근교에서 작은 밭을 일구며 농부 겸 수필작가 노릇 중.
경영학을 배우다 문학에 푹 빠짐
SDU에서 문예창작학을 다시 배움.
서정문학·계간문예 등단(수필)
한국문인협회·서정문학 등의 회원
수필집 『어머니의 의자』
공저 『서정산문선I, II, III』 외 다수.
두 번째 수필집을 내 놓으며
오랜 망설임 끝에 첫 수필집을 내놓은 것이 벌써 일 년 반이 넘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긴 했었지만, 참 잘했다고 저를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평생 기술자를 자처하며 살아온 제가 지천명을 넘어 쓰기 시작한 수필이니만큼 부족함이야 의당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필이란 것이 소설이나 시와는 다르게 이야기 속의 화자는 수필가 자신이요, 그 소재도 대체로 자신의 일상내지는 주변의 모습입니다. 그 속에 주제의식을 담아 써 내려가는 글이니, 기교가 부족하거나 문학적 정서가 부족하면 자칫 신변잡기身邊雜記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일기처럼 그저 사건을 나열하거나 불만표출 등의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비평가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작품을 비판하고 깎아내립니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제 글에 대하여도 여러 평을 들었습니다. 문학성이 부족한 글도 있지만,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제법 감성적이기도 하고, 진솔하다는 말씀도 많았습니다. 맞습니다. ‘자기고백적 문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수필이 진솔하지 않다면 진정한 수필이 아닐 것입니다.
과연 늦게 시작한 문학인지라 예술적인 글쓰기는 어렵습니다만, 글로 기록하고픈 일은 적지 않습니다. 거기에 독자들과 대선배 문학인들과 지인의 다독임에 힘을 얻어 줄곧 펜을 놓지 못합니다. 제 인생도 교향곡의 제2악장 후반 혹은 제3악장 초반에 이르니 자주 노을을 바라보지만, 괜찮은 길을 찾았다고 자위하기도 합니다. 더욱 몇몇 문학단체의 일원으로 문학 속에 깊이 묻혀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두 번째 수필집을 상재합니다. 신작 이십여 편과 첫 수필집에 미처 싣지 못했던 것을 합하여 50여 편을 묶었습니다. 문예지에 발표했던 글이 포함되어 있으니 과히 낯설지 않은 독자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새로운 글이니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저 밀쳐놓지 않으시고 서가 한 귀퉁이라도 허락하신다면 다행한 일이며 큰 영광입니다.
오늘까지 늘 격려와 지도를 아끼지 않으신 이훈식, 박영환, 윤송석, 소재수 선생님 등 여러 선배문인과 늘 따뜻한 충고를 잊지 않으시던 동료 문인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 3월 靜岩 유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