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대학로》는 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길 위의 인문학’ 프로젝트에 1차로 선정되어 발표한 결과물을 보완, 수정하여 다시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연극’만큼 ‘길 위의 인문학’에 적합한 주제가 또 있을까 싶다. ‘연극’이란 텍스트로 존재하는 인문학을 ‘극장’이라는 ‘길 위의’ 물리적 공간에서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대학로의 역사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나라 인문학의 한 형태가 어떻게 ‘길 위에서’ 대중들과 교감하며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파악하는 중요한 일이다.
작년 2020년은 국립극단 창단 7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에 2020년을 ‘연극의 해’로 정하고 ‘2020 연극의 해 집행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다양한 연극 공연과 기념 프로그램들을 기획했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생각지도 못한 자연재해를 만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등으로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던 대학로 연극계는 작년에 이어 현재까지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비 온 뒤에 땅은 더 단단해지고,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게 우리 인간이다. 《오픈런, 대학로 : 대학로 소극장 거리의 탄생과 흥망성쇠》가 미약하게나마 연극인들에게는 지나온 전철을 복기하며 현재의 위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참조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과 함께 연극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국 연극이 어떻게 관객들과 소통하였으며 인문학이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위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되었는지 보여주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픈런, 대학로 : 대학로 소극장 거리의 탄생과 흥망성쇠》는 대학로의 역사를 ‘탄생’부터 ‘발전’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성장통’ 순서로 정리하였다. ‘탄생’에서는 대학로 이전 명동과 신촌 시대부터 다루며 ‘발전’은 ‘극단’과 ‘극장’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성장통’ 부분에서는 현재 대학로가 겪고 있는 위기와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극장과 극단들의 연보를 단순 나열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여러 극단의 대표님들과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생생함과 연극인들의 예술을 향한 고뇌와 참모습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역사적 연도와 구체적 수치를 통한 ‘정량적 접근’ 외에 연극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성적 접근’도 취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들어가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