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AI 관련 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의 주변부에서 다른 영역을 소개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글을 쓴다.
〈나는 바나나다〉, 〈AI 마이너스 알츠하이머〉, 〈마지막 유성〉을 썼다.
혜화동에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퇴근하고 장을 본 터라 두 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등에 백팩을 매고 자라처럼 납작 엎드려 걸었습니다. 굽은 언덕을 오르면 인적은 금방 자취를 감춥니다. 땅거미가 질 무렵 가로등이 훅 켜졌습니다. 어둠속에는 내 그림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발 밑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선명해지면 광원을 올려다보기 마련인데, 그때서야 이마 위로 첫 눈이 앉은 걸 알았습니다. 푸른 어둠 속, 가로등의 주홍 불빛을 받아서 희게 빛나는 것들. 나풀나풀 유영하는 눈송이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녹아 사라지는 광경. 문득 엄마에게 전화가 걸고 싶었습니다. 제주에도 눈이 왔냐고. 하지만 두 팔에는 손가락이 빨개지도록 무거운 장바구니가 있었고, 가파른 언덕에는 그 무엇도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삶의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은 입밖으로 내기 전까지는 세상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일인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