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가 될 수 있다면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 시가 /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 모르겠어
(파블로 네루다 / ‘시’의 일부)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만날 때마다 감사함에 머리가 숙여진다. 나에게 찾아온 시는 나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글을 쓰는 나 자신이 낯설 때가 있다. 초등학교 때, 국어 시간 시 쓰기 수업은 물론, 일기 쓰는 것도 진저리났던 나였기 때문이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오랫동안 다니던 방과 후, 글짓기 수업에서 조용히 시가 다가왔다. 짝사랑한 사람에게서 다가온 시도 있고 내가 응원하는 가수, 작가와 같은 예술인이, 한없이 사랑을 주지만 때로는 외로움도 함께 주었던 가족이 시를 주기도 하였다.
때로는 너무 좋은 나머지, 마루에 실례하는 강아지처럼 날뛰면서 시가 다가오기도 하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곁에 두고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다가온 시도 있었다. 기쁨으로 다가온 시도, 슬픔으로 다가온 시도 있었지만 하나하나가 소중한 시였다.
그 시들에게 나를 선택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더불어 그 시들의 뿌리가 되어준 모든 분과 존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글을 쓰게 되면서 감사한 분들을 참 많이 만났다.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지도교수를 맡아 주신 김성렬 교수님, 시 창작을 지도해주신 심재휘 교수님, 보리수아래 감성 시집 시리즈를 기획하여 시집 발간의 기회를 주신 보리수아래 최명숙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시집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도서출판 도반 김광호, 이상미 대표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등대의 존재는 등대지기에겐 넓은 바다를 만나게 하고, 깜깜한 밤바다에 홀로 떠 있거나 혹은 무인도에 남은 사람들에게는 등대의 아주 작은 빛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나의 첫 시집도 어떤 이에게는 등대의 작은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어느 날 저녁,
도현 홍현승 두 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