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서울 출생.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그 이름, 찬란>으로 가작을 수상했다. 제2회 문윤성 SF문학상 장편 부분에서 《조선사이보그전》으로 우수상을 수상 했다. SF 앤솔러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에 <주자들>을 수록했다.
가끔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나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이전에 인터뷰나 사적인 자리에서 여러 번 밝힌 내용인데, 어머니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문득 한복을 입은 로봇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나는 그 순간 무릎을 탁! 치며 이건 꽤 괜찮은 소재인걸! 하고 스스로에게 감탄했고 이 기막힌 소재에 대해서 어머니에게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어머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으음… 그거참 재미있겠다.” 하고 말씀하실 뿐이었다.
그 로봇은 미래 세계에서 한복을 입은 로봇갱이 될 수도 있었고, 경복궁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로봇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로봇은 조선 시대에 가게 되었다. 그것은 그 당시 내가 황정음 작가의 《연년세세》라는 소설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막연하게 로봇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가족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SF의 주 배경이 되는 근미래나 먼 미래가 배경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고도로 발달한 로봇이 존재하는 세계에선 로봇과 인간이 맺는 관계에 일종의 정형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세계에서 로봇과 가족을 이루는 것은 특수한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런 정형성이 없어지는 공간을 찾았다. 인간들이 로봇을 구별할 수 없어서 그를 인간으로 여기는 곳. 이를테면 조선 같은 곳 말이다. 그렇게 한복을 입은 로봇, 종부는 조선에 가게 되었다.
이 소설을 쓰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정의된다.’는 말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쉽게 말해서 인간은 살아가는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을 넘어서 동물이나 먼 미래에 등장할 로봇에게도 똑같이 통용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존재가 사회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며, 그러한 인정은 그 존재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그렇기에 차별은 악일 수밖에 없다.
- 2022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