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가 구멍을 잘 뚫어 나무줄기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딱따구리는 자기가 아는 유일한 집짓기의 방식으로 죽을힘을 다해 가족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글쓰기도 딱따구리의 집짓기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방에 나무를 뚫는 특별한 부리를 가진 딱따구리가 없는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비단실을 뿜어내듯 일필휘지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약한 고갯짓으로 나무에 구멍 뚫기는 어림없듯, 글 쓰는 데 있어 적당한 고뇌는 어림없습니다. 썩은 고기를 탐하는 하이에나처럼 살기 싫은 우리는 밤잠을 못 이루는 고통을 참아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미래수필문학회는 그렇게, 딱따구리의 세찬 고갯짓 같은 진통 끝에 열일곱 번째 동인지를 펴냅니다. 눈앞보다는 정상을 바라보고 싶은 회원들이 모여 17년 동안 꾸준히 한 우물을 팠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약한 부리를 나무라지 말고 세찬 고갯짓을 격려해 주신다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202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