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냅이 몇 년에 걸쳐 쓴 『욕구들』은 한층 더 깊이 들어가 욕구에 얽힌 모든 문제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한다. 시선은 더 깊어지고 시각은 더 넓어졌다. 그 시선 아래서 거식증(을 비롯해 폭식증, 쇼핑 중독, 자학과 자해, 자기 파괴적 연애, 도벽 등 욕구와 얽힌 온갖 문제들)은 한 개인만의 괴로움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모든 이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을 표출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사회와 세상은 그 괴로움의 근원으로 드러난다. 여자의 욕구와 페미니즘의 관계, 그리고 여자와 사회가, 사람이 세상과 만나는 곳에서 생겨나는 불안, 두려움, 죄책감, 수치심, 슬픔 같은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에 관해 캐럴라인 냅만큼 잘 설명해줄 사람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