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땅에서 쓴 실향의 시
그렇게 불러 보고 싶은 말들이었다. 고향 동네, 보고 싶은 어머니, 소꿉친구, 그리운 가족. 그러나 그렇게 불러보고 싶었던 말들을 가슴 속에 응어리로 담은 채 끝내 소리 내어 불러 보지 못하고 그들은 떠났다.
분단의 땅 고성에서 태어나서 이곳에서 자란 나의 눈에는 실향민으로 평생을 살아가던 이웃들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왔다. 그렇게 가슴에 한을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천인데도 세월은 멀쩡하게 흘러가고 그분들 고향을 지척에 두고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는 것을 볼 때마다 큰 죄를 짓고 살아가는 듯했다.
이 분단의 현실을 내가 어찌해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소리 없이 잠들어 가는 분들의 삶의 모습을 기록해 나가는 것은 이 땅에서 문학을 하는 나의 몫이라 생각되었다.
바다와 모래, 바위가 만든 이야기
새로 시작한 일이 국가지질공원 해설사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마음으로 바다와 모래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풍화된 바위들은 저마다의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바위가 뿜어내는 숨결과 매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바위마다 이름을 붙여 주고 자꾸 불러 주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친근한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고성 지역을 파랑의 지대라 부르는데 파도와 해안 지역의 지질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용어이다. 그만큼 곳곳에 해양 지질 유산이 발달했는데, 특히 석호는 고성군의 대표적인 지질 명소로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