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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선형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9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대학교수

최근작
2024년 11월 <시체들을 끌어내라>

김선형

서울대학교에서 현대 드라마와 르네상스 영시를 공부해 문학박사가 되었다. 영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솔로몬의 노래』 『프랑켄슈타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 『시녀 이야기』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2010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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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커버 에디션)> - 2019년 6월  더보기

외로움을 넘어서는 순연한 이야기의 힘 2018년 8월 14일,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한 과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했다.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가 출판계에 불러올 어마어마한 파장을 이때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헬로 선샤인 북클럽> 운영자인 할리우드 스타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이 이 책을 발굴해 북클럽 추천작으로 소개하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단번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9위로 뛰어올랐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정말 이상한 일은 그때부터였다. 보통 무명작가의 데뷔작은 운 좋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더라도 하위권에서 몇 주 머물다 소리 없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입소문을 타고 계속, 계속, 계속 무섭게 순위가 뛰어올랐고, 아마존의 독자 리뷰 수가 1만 2,000개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도 별점 5점을 유지했다. 출판계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와 아마존 판매순위에서 결국 1위를 차지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치열한 봄철 신간 경쟁을 뚫고 무려 40주 간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2019년 3월 4일,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백만 부 판매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음을 알렸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망라하면 이제는 250만 부(2022년 10월 기준 1,500만 부)를 훌쩍 넘어선다. 전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 쓰여지고 있다. 이 소설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야생동물을 벗 삼아 평생을 떠돌며 살아온 작가의 특이한 경험, 가볍지 않게 인간성을 바라보는 융합 학문적 시각, 성장소설+오해와 엇갈림으로 점철된 러브스토리+살인 미스터리+법정 스릴러라는 대중소설 형식들의 유려한 황금배합,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흡입력, 신비로운 배경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물……. 하나하나 짚어보면 깜짝 히트작이라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장점이 많은 책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선사하는 ‘클래식한 읽는 재미’야말로 가장 특별하다. 아무 잔재주도 부리지 않고 고전적인(말하자면 구식의) 스토리텔링으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순연한 이야기의 힘이 주는 충만한 만족감이 있다. 게다가 이 소설은 강력한 페이지터너에 머물지 않고 시의적절한 화두들을 예리하게 던진다. 여성의 독립, 계급과 인종, 자연과 인간의 관계, 진화론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본성, 과학과 시 그리고 외로움.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단언했고 처음부터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카야가 느끼는 쓰라린 외로움의 정서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굉장한 호소력을 갖는다. 습지의 판잣집에서 혼자 살아남으려 분투하지 않더라도 이 시대의 우리는 각자 빌딩 숲이란 정글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며 하루하루 ‘외롭다.’ 타인을 믿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기란 어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카야는 사람에게 기대를 걸었다 버림받고 또 사랑을 주었다 배반당하며 대자연의 동물처럼 혼자 서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비로소 ‘두려움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깨우친다.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카야의 ‘외로움’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이다. 델리아 오언스는 외로움이 인간 본성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인간은 외로워서는 안 되는 존재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급을 부당하게 격리하는 차별과 편견이 문제가 된다. 카야의 고립은 사회적 정치적 불의의 소산이다. 그러니 부모형제에게 버림받은 늪지 쓰레기를 불쌍하게 여기고 거둬준 어른들이 ‘깜둥이’뿐인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인 습지가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 가본 적은 없지만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는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잠시 일별한 미국 남부 습지의 풍광이 비현실적으로 나른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거대한 참나무와 바오밥 나무가 드리운 그늘, 나뭇가지마다 유령 머리카락처럼 걸려 바람에 흔들리는 새하얀 이끼류인 스패니시 모스, 밟으면 물이 흥건히 배어나오는 무른 흙, 드넓은 늪과 못에 떠다니는 푸른 물풀, 억새와 부들, 축축 늘어져 땅을 파고드는 나무뿌리들. 한 번 보면 평생 잊을 수 없는 기묘한 풍광이었다. 습지는 숲에서 호소와 늪을 지나 개펄과 바다로 이어지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고 섞이는 광대한 생태계로 생물 다양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가혹한 환경이다. 으스스한 야생성과 마술적인 매혹을 한 몸에 지닌 카야는 완벽한 습지 생물이다. 나는 trans라는 접두사를 좋아한다. 횡단하고 초월하고 교환하는 융합의 움직임을 소환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좋은 소설은 세 가지 trans의 행위로 우리를 초대한다는 생각을 했다. Transport 이동, Transfix 몰입, Transform변신.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주고, 낯선 세계에 홀린 듯 몰입하게 해주고, 처음 책을 펼칠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마지막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우리를 노스캐롤라이나의 습원으로 훌쩍 데리고 가서 그곳 사람들과 풍경에 몰두하게 만들고, 여정이 끝나면 처음 책장을 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더 멀고 깊은 자리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 인물 호칭에서 쓰이는 ‘미스’ 또는 ‘마스터’는 노예제도의 문화가 잔존해 있던 60년대 미국 남부의 독특한 언어습관으로 판단하고, 굳이 우리말로 옮기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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