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사관학교 생도로 6년을 의무복무로 군에서 총 10년을 보낸 나, '써리정'은 대위로 전역을 한 후 6개월 사귄 남자친구 '무뇽'과 함께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14개월의 여행 동안 네팔, 인도, 미국,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중동을 돌아다녔고 그 중 남극에 다녀온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즐거움과 성취감도 있었지만 나의 한계와 밑바닥을 경험하면서 고민하고 방황도 했습니다. 새로운 곳을 유랑하는 게 여행의 매력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일상처럼 느껴지면서 처음의 설렘이 시들기도 했고요. 그럴 때면 여행 내내 하루 종일 붙어 있던 '무뇽'과 서로 지지고 볶으며 울고불고 하기도 했고, 당황스럽게도 몰랐던 '나'라는 자아가 느닷없이 튀어나올 때는 달래고 수습하기 바빠서 오히려 사람에 대해 여행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꽤 잘났다고 생각한 내가 여행을 통해 더욱 업그레이드 될 것을 기대했지만, 시쳇말로 근자감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으니 엄청난 성과(?)를 얻고 돌아온 셈이죠. 이 책과 현재도 쓰고 있는 글은 여행을 통해 '무뇽'과 함께하며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 경이로운 세상에 대한 경험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