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닥종이인형을 만나지 벌써 3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35년이란 세월을 한지와 함께 한 발 한 발 소의 걸음으로 걸어 왔습니다. 한 번도 다른 일을 해보지도 않고 오로지 한지와 함께 한 시간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아가씨였던 제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벌써 성인으로 자랐습니다. 이제 저의 손은 늙었고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 합니다. 닥종이인형 책을 쓰다보니 35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인형을 배우고 가르친다고 들였던 시간 안에 가족의 희생과 응원, 그리고 슬픔과 좌절, 새로운 희망과 성취, 수많은 인연과 수차례의 전시 등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닥종이인형은 한 개를 만들고 나면, 만들어진 그 인형을 아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를 낳는 것처럼 오랜 시간 만들고 바라보고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과 애정을 들여 일생 함께 해온 닥종이인형은 저의 사랑하는 아이이자 가족, 저에게 꿈과 희망을 준 소중한 동반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제게는 여든 중반을 넘으신 친정어머니가 계십니다. 항상 바쁜 막내딸을 응원해 주시고 친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주일 오후 잠깐 어머니를 뵈러 갔다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제가 깰까봐 불도 켜지 않으시고 거실 책상에 앉아 글씨를 쓰고 계셨습니다. 벌써 몇 년 째 저 책상에 앉으셔서 성경필사를 하고 계십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소중한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어머니가 옆에 계셔서 정말 좋습니다. 어머니가 옆에 계시듯 닥종이인형도 나와 함께 하는 좋은 벗이 되었습니다. 닥종이인형과 함께 했던 지난 35년 내내 제 곁을 지켜준 가족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보일듯 말듯 은은하게 응원해주는 남편과 자랑스런 아들, 대견한 딸. 큰 며느리를 큰 딸처럼 생각해 주시는 시부모님. 친정 아버지의 부재를 빈틈없이 채워주시는 큰 형부와 큰언니. 가족들을 아끼는 둘째 형부와 사랑하는 작은언니, 그리고 이제는 늠름한 어른이 되어 하나 둘씩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조카들. 야무진 동서들과 따뜻한 서방님들, 기특한 시조카들까지. 가족들의 지지와 잔잔한 응원이 저의 지난 35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끝으로 제게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도와주신 데일카네기 전북지사 유길문 지사장님과 추천사를 써주신 한국여성벤처협회 윤미옥 회장님과 한국여성벤처협회 전북지회 박금옥 회장님, (사)한국종이접기협회 주안나 회장님과 미국에 노스캐롤라이나의 김임순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