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주 오래전, 그 밤의 숲을 들락거리곤 했다. 밤낮없이 걷지 않고는 차마 견딜 수 없던 시절이었다. 잃어버린 한 줄 문장을 찾기 위해서였을까. 통제되지 않는 어떤 힘이 밤의 숲으로 이끌었을까. 까마득히 시간이 흘렀으나 그 힘이 무언지 여전히 알 수 없다. 걷고 또 걸으며 검은 정적을 헤치던 시절, 무엇을 깨닫고 뉘우쳤을까. 이 책은 그 시절 새겨둔 몇몇 기억의 일부에 가깝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간 탓에 그것 모두가 온전하게 복원되었는가는 나로서도 의구심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애석하기는 해도 지금 와 밤의 숲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시 고요해지는 것이다. 잃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잃어서는 안 되리라 다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