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권의 책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이 내 안에서 맴돈다. 늘어놓고 살던 주변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떻게 해서라도 좀 더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날이 갈수록 더 뚜렷해지는 요즘이다. 미완성의 글부터, 완성해 놓고도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있는 글까지 정리의 손길이 필요한 나의 글밭이다. 구석구석을 훑어서 비워내고 가볍게 살고 싶다. 또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선반 위에 얹어두면 속이 후련할지 그것은 알 수 없다.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발버둥을 쳐도 언제나 미흡한 글 앞에서 몸을 웅크린다. ‘비가 와도 갈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와도 갈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넘는다.’고 했다. 작가의 길로 접어든 이상 멈출 수 없는 발길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언젠가는 생의 최고의 걸작을 쓸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부지런히 산을 넘는 사슴이 된다.
생애 첫 문예지원금을 받고 보니 엄청 기쁘다. 책의 홍수 속에 또 한 권의 책을 보태야 하는 미안한 마음을 덮어주니 더욱더 기쁘다. 두 번째나 세 번째나 별반 나아진 것도 없는 글 솜씨에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글들이다.
하지만 내 생에 다시 없을 것 같은 남미 여행의 귀한 흔적을 혼자만의 가슴에 묻어두기에 벅차서 여기에 담는다. 인터넷에 도배되어있는 지식을 넘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나의 체험담이다. 나를 통해 다시 그려지는 남미의 이모저모가 독자에게 간접경험의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1부는 일상의 단편을 모았고, 2부는 교직 선후배들과 함께 걸으며 생각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묶었다. 3부는 짧은 테마 수필을 모았고, 4부 가톨릭의 향기는 주보나 평화신문에 기고했던 글과 가톨릭 행사 후기를 모았다. 5부는 남미 여행의 발자취를 화보와 함께 싣는다. 어느 한 편의 글에서라도 공감하며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기를 진정으로 기원한다.
세상일은 혼자서 되는 일이 없다.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과 권대근 지도교수님, 문단의 선후배와 친구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수고해 주신 예인문화사 사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2020년 9월 8일
안락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