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본다. 보이는 건 침묵에 가깝다. 차분히 감고 있다 보면 하나둘씩 상이 떠오른다. 떠오르는 상은 때로는 점이기도 하고 선이기도 하다. 명과 암을 가지기도 하고 색을 띠기도 한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아본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거기서 만난 인연들, 마주치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한, 마주한 이들과의 기억은 점과 선이 모이듯 리듬이 되고 다시 명과 암이 비치듯 선율이 된다. 하모니를 이루는 하나의 춤이 된다.
나는 이 춤들을 종이 위에 이미지로 번역한다. 점과 선, 명과 암, 그리고 색으로써. 이미지라는 매체는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번역된 이 기억의 춤 속엔 시제가 없다. 사소함 속에서 슬픔을 발견하고자 했던 유수 작가의 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