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일상으로 늘 대하는 모든 사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함으로써,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비의(秘意)들을 캐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스스로를 비춤으로써 자기 성찰의 거울로 삼았다. 그 결과 그에게서 일상의 사물들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삶의 동반자인 동시에, 그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는 스승이 되었다.
그것은 모두 예순 가지이다. ‘울타리, 울타리 나무, 울타리 구멍, 집, 부엌, 방, 온돌, 선반, 마루, 섬돌, 지게문, 바라지창, 벽, 창문, 서가(書架), 문, 길, 평상, 삿자리, 처마, 굴뚝, 뜰, 텃밭, 다리, 측간, 항아리, 가마솥, 세발솥, 화로, 물병, 대야, 목욕통, 사발, 술잔, 숟가락, 젓가락, 서안(書案), 궤안(?案), 갓, 허리띠, 옷, 이불, 베개, 자리, 수건, 상자, 붓, 벼루, 먹, 부채, 칼, 송곳, 주머니, 빗, 칫솔, 등잔걸이, 불어리, 지팡이, 신발, 빗자루.’
-「역자 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