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 엄마의 책장 앞을 서성이고 파리의 오래된 극장을 돌아다니며 언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꿈꿨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을 연습한 시간임을 이 책을 쓰며 알았다.
산문집 《상처 없는 계절》, 《창문 너머 어렴풋이》, 《몽카페》, 《열다섯 번의 낮》과 《열다섯 번의 밤》을 썼고, 소설집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를 지었다.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 《빈 옷장》, 《세월》을 비롯해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세상의 발견》과 희곡집 《소프루》 등 여러 책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과 프랑스 근현대 산문선 《가만히, 걷는다》를 엮고 옮겼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호흡, 문장의 우아한 움직임, 구두점의 무게 같은 것들이 무사히 옮겨졌을까? 언어가 품고 있는 생명력을 옮기고 싶다. 그것의 향기와 색깔, 온도 같은 것들.
어떤 작가의 글은 비석이 화려한 무덤 같았고, 또 어떤 작가의 글은 영원히 죽지 않는 우주 같았다. 다만 아무리 깊고 멀어도 생생한 감각으로 만져지는 글이기를 바랐다. 그저 먼 나라의 먼 이야기가 아닌, 발바닥 아프게 헤맬 수 있는 글. 너무 빨리 사라져버리는 것들 사이에서 오래된 이름을 가만히 부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