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3년 『현대시』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구멍』, 『물금』, 『버들치』, 『시인의 재산』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동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내가 걸어온 역사는 인화물질로 가득 찬
드럼통이 굴러 내리는 비탈길이다.
자갈과 바위가 깔린 울퉁불퉁한 길이다.
좌충우돌 부딪혀 먼지 자욱한 길이다.
뾰족한 바위에는 볼품없이 찌그러져서
전혀 엉뚱한 길로 튀기도 한다.
드럼통이 제 길 찾아 한가운데로 느릿느릿 굴러가게,
이름도 없는 시인들이 비탈길에다
말로 잡목도 심고 숲도 가꾸어본다.
가난한 시인들이 사랑하는 역사는
괴물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개똥지빠귀, 산 까치가 집을 짓는 숲이 있고
모래무지, 뚝지가 납작 엎드려
지느러미만 살랑거리는 강이 있다.
논밭으로, 공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길이 있고
호박꽃, 수세미꽃 피는 마을들이 있다.